[사설] 이러니 공기업 개혁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

입력 2008-07-23 10:52:52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공기업 감사결과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케 해줬다.

한국도로공사는 2008년 퇴직자에게 고속도로 영업소를 외주해 152억 원 상당의 용역비를 과다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주택을 소유한 40명에게까지 25억 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부당지원하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005~2007년 직원들의 개인적 무임승차 금액이 157억 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는 무임승차권을 발급받아 가족과 친지에게 나눠준 경우도 있었다. 29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지난해 임금과 무관한 '경영평가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부풀렸다. 이렇게 과다 지급한 퇴직금이 454억 원에 달했다.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거나 국가적 보호 아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공기업 운영에 더욱 엄한 도덕적 잣대가 필요한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오히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인 것은 아이러니다. 국회를 비롯해 온갖 기관들이 시도 때도 없이 불거져 나오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지만 그때뿐이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 공기업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나눠 먹기 잔치'를 벌이고 그 한쪽에선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공기업에 대해 국민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쇠고기 사태에 놀란 이후 잔뜩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정부는 어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으나 구체적 공기업 개혁안 마련을 각 부처에 맡겼다. 청와대가 주도하던 공기업 민영화를 이해관계가 얽힌 각 부처에 떠넘긴 것이다. 이는 공기업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공기업의 철밥통을 지켜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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