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없이 담배를 태운다.
바둑이가 짖으며 내닫은 길 위로
아무도 한 번 가고는 오지 않는다.
구겨진 은박지 속에서는
아이들과 새들의 숨바꼭질이 한창인데
흐려지는 얼굴로 문득
그해 여름 맨드라미꽃 지고 있다.
먹다 밀쳐 둔 수제비 같은
유년의 운동장 가에는
분홍의 바람개비 저 혼자 돌아가고,
잃어버린 사방치기 돌
희미한 기억처럼 빛을 튕기고 있다.
아련하여라
줄레줄레
아직도 국기 게양대 옆 미루나무 잎사귀는
저요 저요 선생님 저요! 잎잎이 눈부신데
사라지는 담배연기 너머로
세상의 길은 구불구불 푸르게 뻗어만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