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조영남의 작품을 보고 같이 간 컬렉터가 내게 묻는다. 유명 가수출신 화가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다. 2006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술월간지에서 인기도를 조사했는데 그가 7위에 랭크되었다. 이중섭, 김홍도, 백남준, 김기창, 천경자, 박수근에 이어 조영남이 나오고 김환기, 신윤복, 김흥수, 허백련, 오지호, 박서보, 이응노, 남관, 문신이 뒤를 이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명함과 위대함은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유명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음'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위대는 '업적 등이 뛰어나고 훌륭함'으로 되어있다. 또 유명한 사람이 반드시 위대한 사람은 아니다. 반대로 위대한 사람은 반드시 유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유명함은 곧 위대함이라고 습관적으로 생각한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오늘의 현실에서는 더욱 동일한 의미로 생각한다. 광고를 통해 획득한 유명한 상품은 곧 훌륭한 상품이란 지위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유명함과 위대함이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다. 텔레비전 오락프로에 자주 나와서 인기가 높은 치과의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명한 의사이며 변호사일 뿐 위대한 의사와 변호사는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에 의해 그 병원과 그 변호사 사무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는 한평생 노동자를 위해 헌신한 정치인보다는 낯익은 인기연예인을 선택한다. 인기연예인이 자신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더 잘 대변해 줄 걸로 착각한다. 대학 강단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수의 실력은 인기도에 의해 결정된다. 교수의 풍부한 지식과 교수능력보다는 패션과 외모, 유머감각이 있는 교수가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고 평가도 잘 받아서 능력 있는 교수로 인정받는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가수 출신 화가도 있고 다른 연예인 출신도 있다. 이들은 그저 유명한 가수이자 연예인이지 반드시 위대한 화가는 아니다. 작가의 재능을 그들의 유명세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 일부 미술가들은 의도적으로 유명세를 추구하고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유명해지기 위해 엽기적인 행동과 기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명해지고 난 후에는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내용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미술컬렉터라면 서두와 같은 질문을 하는 대신, 유명함과 위대함을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 우리 주변에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작업하는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더 많다. 이런 무명의 재능 있는 작가들을 찾아내어 성원을 보내고 작품을 컬렉션하는 소수의 마니아층이 많아져야 한국미술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최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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