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링컨센터 페스티벌을 가다](2)윌리엄 포사이트의 '황제에게 인상지우기'

입력 2008-07-22 06:20:51

"의미 찾지마라, 그냥 즐기는 것"

링컨센터 페스티벌의 무용 공연 윌리암 포사이트의 '황제에게 인상지우기'가 맨해튼 심장부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워너 브로스센터 로즈 극장에서 열렸다. 제정 러시아 왕실 의상을 입은 발레 무용수가 무대를 가로지르며 우아하게 춤추고, 그리스 조각이 살아나온 듯한 소년이 황금 활을 쏘고, 그 사이 흰셔츠에 넥타이를 맨 현대인 사무원과 항공기 통제탑에 앉은 여고생 복장의 여직원이 다급하게 교신하고, 아이들이 무대 밖에서 운다. 제정 러시아와 그리스 시대, 현대가 동시에 존재하며 무대는 광적이고 해학적인 장면들로 넘쳐난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이 초연된 이후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그들은 무용에 관한 명상, 문명과 인간정신으로 의미를 축약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포사이트는 인터뷰에서 "그냥 즐기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나는 심각한 사람이 아니다. 무슨 의미인가 파악하려고 걱정하지 말라. 이것은 그냥 기분 좋은 발레이다."

이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은 서양 문명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 1부 포탐킨의 서명에선 르네상스부터 고전주의 미술, 무용에 관한 자료를 다루며, 3부 메조 페조의 집은 문화적 유산의 경매에 관하여 다룬다. 이 화려한 그림들과 재치있는 경매 장면 사이에 작품의 심장부인 순수히 무용만으로 구성된 숨막히는 안무 '중간에 솟아올라'가 배치되어 있다. 이 안무는 포사이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1부가 전채요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관객들은 숨 죽이며 깨닫는 순간들이다.

포사이트는 오늘날 가장 훌륭한 안무가 중 한 사람이며 신고전주의자로 불린다. 여러 스타일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발레를 완벽한 무질서의 미학으로 재정비하였다. 고전주의 발레 토슈즈에 힙합, 신나게 추는 막춤들이 서로 얽혀있다. 발레의 고도의 테크닉을 활용하나 현대적 역동성과 엇박의 활용으로 후기현대 발레로 인식된다.

포사이트 발레는 폭발적이고 빠른 속도를 낸다. 음악과 함께 바위가 위로 치솟는 듯한 역동성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의 공연은 관객이 일어나서 춤을 추고 싶게 만든다. 리셉션에서 만난 무용수들은 발레를 비롯한 현대무용의 여러 테크닉을 평소에 훈련하고 마지막에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춘다고 한다.

기립 박수를 치는 관객석에는 유난히 중·장년층이 많다. 그들은 훌륭한 공연을 유치하고 관람한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예술의 발전에는 좋은 예술가, 기획자, 스폰서 등 세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말처럼 링컨센터 페스티벌은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기부금과 여러 재벌들과 재단의 스폰서, 높은 안목을 가진 제라르 모르티에 총기획자와 니젤 레든 감독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김현옥(계명대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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