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투명인간의 비극

입력 2008-07-19 06:33:20

사람이라면 누구나 엿보기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빠져드는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엿보기 본능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지요. 현실에서는 사람 얼굴을 대놓고 쳐다보기 쉽지 않지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서는 꽃미남·미녀들의 얼굴을 거리낌없이 뚫어져라 쳐다봐도 누가 뭐라 말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투명인간이라면 얼마나 신날까요. 남 눈치 안 보고 행동할 수 있고 무엇이든 볼 수 있으려니 하겠지요. 그러나 정작 투명인간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점을 아십니까. 눈을 이용해 무언가를 보려면 망막에 상이 맺혀야 하는데 투명인간의 몸은 빛이 굴절 없이 그냥 통과해 버리므로, 망막에 상도 맺힐 수 없습니다. 남에게 안 보이지만, 정작 자신 역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신세이지요.

눈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통로이면서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창입니다.

눈동자 크기에 따라 인상이 달라 보인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만화 속 악당들의 눈을 보면 흰자위 속에 작은 점 하나가 찍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눈동자가 작습니다. 반면 순정 만화 주인공의 눈동자는 거의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큽니다.

눈동자 크기가 사람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방과 처음 마주할 때 호감이 생기면 동공이 커진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기 역시 미인 사진을 보여주면 동공이 커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동공이 커지는 것은 상대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신호이니, 상대 역시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눈동자가 크면 착해 보이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겁니다.

사람의 눈동자 좌우에는 흰자위가 있는데, 눈동자의 위나 아래로 흰자위가 보이면 삼백안(三白眼)이라고 합니다. 삼백안을 가진 여자는 색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삼백안을 가진 남자는 승부욕이 강하며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각의 흐름과 눈동자의 움직임은 밀접한 상관성이 있습니다. 생각에 몰두해 있는 사람의 눈은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잔꾀 부리는 사람들의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대화하면서 눈동자를 움직이는 사람은 일단 믿어서는 안 됩니다. 반면 진정성이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는 움직임이 적고 눈빛이 깊습니다. 명상을 할 때에는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이 일면 눈동자가 움직이고, 눈동자가 움직이면 마음도 흐트러집니다.

신문에 사용할 인물 사진을 고를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눈빛입니다. 눈빛이 살아 있는 사진 한두 장을 '건지기' 위해 사진기자는 수십에서 수백 번의 셔터를 누릅니다. 때로는 눈빛 살아있는 한 장의 사진이 동영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주말판 '인물+' 지면을 꾸미기 위해 매일신문 취재진은 전국을 누빕니다. 신념 또는 끼를 담아 형형한 안광을 뿜는 사람도 있고, 진정성과 내면의 평화로움으로 눈빛이 호수처럼 깊은 이도 만납니다. 이번주 주말판에도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 그 진정성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십시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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