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나쁜 비·이상한 비…잦은 국지성 호우 왜?

입력 2008-07-18 09:12:44

15일 오후 5시쯤 승용차로 대구 산격동 유통단지 부근을 지나던 최모(35)씨는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시야가 흐려져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10분여를 달려 3㎞가량 떨어진 중구의 회사로 돌아오니 비는 흔적도 없었다. 지난 13일 경산에서 친지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대구로 돌아왔다는 조문석(46)씨는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비에 엉금엉금 기다시피 운전을 해야 했는데 북대구IC로 진입하는 순간 비는 멎었고, 대구 도심의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고 말했다.

◆유난히 잦아진 국지성 호우

'쇠잔등에도 비가 나뉘어 온다'는 속담이 있지만 요즘 비는 유난스럽다. 특히 올 장마에는 갑작스레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장대비를 퍼붓고 사라지는 국지성 호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오후 4시 동구 신암동에 있는 대구기상대에서는 시간당 16.5㎜라는 많은 비가 관측됐지만, 서구와 남구의 관측장비에서는 강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13일에도 기상대에서 오후 6시쯤부터 시작된 비는 자정까지 6㎜라는 강우량을 기록했지만, 서·남구에서는 뜨거운 열대야를 보내야 했다.

국지성 호우의 정체는 뭘까?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미 한반도가 아열대성기후대로 진입했으며, 최근 몇년 동안 나타나는 국지성 호우는 열대지방에서 내리는 '스콜'(squall·대류에 의해 나타나는 순간적 집중 강우)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상청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우리나라가 아직 아열대로 진입한 것은 아니다"며 "국지성 호우가 대기 불안정에 의한 강수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스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근 빗나가기 일쑤인 기상예보도 국지성 호우 탓일까? 이달 16일까지 대구·경북 12개 도시의 예보 정확률은 평균 76%로 나타났다. 예보율이 가장 낮았던 5일은 16.7%까지 떨어졌다. 울진과 영덕을 뺀 10개 도시에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실제 비가 온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윤 과장은 "국지성 호우가 한 요인이긴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빚어진 각종 기상 이변들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날씨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국지성 호우에 대처하려면

계속되는 기상이변은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꿔놓고 있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예보를 믿을 수 없게 되면서 나름대로의 대처법을 터득해가고 있는 것.

외근이 많은 직장인 이문정(31)씨에게는 요즘 5단 접이식 우산이 필수 소지품이다. 이씨는 "조금이라도 날이 흐리다 싶으면 우산 먼저 챙기는 습관이 들었다"며 "비가 와도 조금 맞고 뛰어갈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금세 속옷까지 흠뻑 젖는 소나기를 자주 만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초순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갑작스런 호우에 계획을 취소한 경험이 있는 김영현(37·여)씨는 올해 실내 활동을 겸할 수 있는 리조트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김씨는 "일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비 때문에 망칠 수는 없어 올해는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가정이든 차량이든 잠시라도 비울 때는 창문을 닫는 습관이 들었다는 사람도 흔해졌다. 강모(45)씨는 "지난해 선루프를 열어놓은 채 차를 옥외주차장에 세워뒀다가 갑작스런 비에 시트를 망친 뒤로는 틈만 나면 자동차 유리창, 아파트 베란다 창문 등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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