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미소 풍경/구활 지음/선우미디어 펴냄

입력 2008-07-16 06:43:09

저자 닉네임 '팔할이 바람' 호방한 문체로 풍류 기행

수필가 구활의 작품이 31번째 선우명수필선 '정미소 풍경'으로 출간됐다. 모두 31편을 묶은 이번 수필집은 1부 '소금광산에서 만난 소녀', 2부 '아버지를 만나는 강', 3부 '에로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 포함된 '정미소 풍경'이 은은한 달빛처럼 섬세하고 여성적인 정감이라면 '풍류별곡'은 대범하고 활달한, 그래서 남성적인 멋의 세계다. 문학평론가 서영빈은 "구활은 소재에 따라 문체적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풍류에 대한 구활의 태도는 말 그대로 풍류 그 자체의 맛을 풍긴다. 풍류는 가난뱅이가 즐길 물건이 아니고, 부자라고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구활과 술자리에 마주 앉아본 사람들은 그의 풍유에 대한 개방적이고 미끈한 사유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김종완은 "구활의 글에 나타나는 인물의 성격이 하나같이 호방하니 문체 또한 호방한가. 생각이 자유롭고 그 생각을 담아내는 문장 또한 막힘이 없다"며 구활의 작품 '중광 스님이 내소사 주지라면'은 기행수필의 또 하나의 전범이 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구활의 작품 '사발정 약수터에 나가'는 짜임새뿐만 아니라 주제면에서도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고 있다. 이 작품은 언뜻 보아 해학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양적인 멋과 미학을 독특한 은유를 통해 훌륭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필가 구활의 사이버 닉네임은 '팔할이 바람'이다. 서정주의 시 '자화상'에서 따온 이 닉네임은 구활의 용모와 언행에 잘 어울린다. 구활의 수필은 익살과 재치, 유머와 호방함으로 드러나지만 그 언어들은 대상의 내면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168쪽, 5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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