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뚫린 포장도로가 전국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없는 요즘. 그래도 봉화는 개발의 광풍을 살짝 비켜간 덕분에 전통마을의 미덕과 청정한 자연환경이 오롯이 남아있는 땅이다.
봉화 재산면 남면리와 명호면 북곡리, 안동시 도산·예안면에 걸쳐있는 청량산 도립공원(해발 870m)은 '청량산 육육봉'이라 불리는 12개의 빼어난 바위 봉우리가 있어 주왕산, 월출산과 함께 한국의 3대 기악으로 불린다. 아주 높고 크지는 않아도 연이어 솟은 바위 봉우리와 낙동강, 원시림이 조화를 이뤄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불릴만큼 산세가 수려하다. 스스로 품고 있는 속살을 들여다 봐야만이 그 진가를 아는 산이다.
숨이 턱에 받히듯 올라가는 산이 아니다. '이만큼 올라왔다'고 뿌듯해 할 산도 아니다. 그저 고요하게 산책하듯 천천히 오르며 우람한 바위 봉우리와 작은 샘, 쏟아지는 폭포, 하늘을 덮은 숲, 산길 옆 작은 암자를 천천히 둘러보며 바위길과 흙길을 꾹꾹 디뎌 오르는 산이다
이곳에 지난 5월 자란봉(해발 806m)과 선학봉(해발 826m)의 해발 800m 지점을 잇는 길이 90m, 바닥높이 70m 규모의 출렁다리(바닥 복합유리섬유, 케이블 PC 강연선)가 건설돼 관람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하늘다리'로 불리는 이 출렁다리는 국내 산악지대에 설치된 보도형 교량 중 가장 길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현수교(기둥 사이를 줄로 이어서 만든 다리)로, 계곡사이로 바람이 불면 다리에 흔들림이 심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본 뒤 건너야 한다.
바위를 깎아 세운듯한 산길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풀리지만 하늘을 이고 있는 자란봉과 선악봉에 걸터 앉은 하늘다리와 주변에 펼쳐지는 기암괴석, 금강송의 향연은 말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다. 피로도 잠시, 탄성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줄을 잡고 조심조심 건너야 한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처음부터 아래를 쳐다봐서는 안 된다.
하늘다리를 가는 길에는 고찰 청량사를 만난다. 가지런히 깔아 놓은 계단길을 따라 청량사에 오른 후 초록으로 물들인 절집 구경을 먼저 하면 된다. 청량사를 뒤로 하고 깎아 세운듯한 자란봉을 향해 한참 올라가면 하늘다리를 만날 수 있다.
청량산 인근에는 도산서원과 퇴계종택, 이육사문학관 등 안동의 문화유적이 있으며, 청량산 도립공원을 휘감아 도는 이나리천에서는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여행정보=중앙고속도로 영주IC에서 내려 영주방향 28번 국도를 탄다. 영주시내를 거쳐 36번 국도~봉화 제2농공단지~봉성면으로 향하는 918번 지방도~명호유원지에서 안동방향 35번 국도로 가면 도립공원 청량산이 나온다. 주변에는 민박집들이 많다. 강변민박(054-673-6745), 쉼터민박(054-673-2654), 청량산민박(054-673-2560). 소나무 숯불에 구워낸 솔향이 가득한 봉성면 돼지숯불구이집은 들러볼만한 곳이다. 2인분(500g)에 1만원. 오시오식당(054-672-9012), 청봉숯불구이(054-672-1116), 두리봉(054-673-9037). 오전, 두내, 다덕 등 봉화의 3개 약수터 주변에는 약수로 고아낸 토종닭백숙집들이 많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