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최고의 길지로 불리는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에 자리 잡고 있는 한개마을에 원어민과 함께 한옥체험을 다녀왔다. 한옥에 담긴 선조들의 생각과 한국인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한국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한개마을
한개마을은 600여년 전 조선 세종 때 진주 목사였던 이우(李友)가 처음으로 만들었다. 현재 그 후손들인 성산 이씨들의 집성 마을이다. 한개는 우리말로 큰(한), 나루(개)라는 뜻이다. 한개마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이 북비고택이다.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으로 있던 이석문이 사도세자가 영조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고향에 내려와 북쪽(북)으로 사립문(비)을 내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마을과 집을 둘러볼 때 먼저 종택의 위치가 어디인지 살펴보고 종택이 왜 그곳에 있는지 이유를 알아보는 게 흥미롭다. 또 마을 구성의 하나인 담의 역할을 이해해 보면 당시 선조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마을의 담장은 크게 외곽과 내곽으로 나뉜다. 마을 바깥에 있는 집들의 외곽담은 높이 쌓여져 외부에서 쉽게 내부를 볼 수 없게 했지만 마을 안쪽에 위치한 집들은 낮은 내곽담을 만들어 주택의 영역을 나누는 기능을 했다. 흔히 내곽담은 주거건물의 처마보다 낮아 시각을 차단하기보다 한 울타리라는 느낌을 주면서 집의 경계에만 그 의미를 두었다.
◆북비고택
호세(24), 주니어(22)와 함께 맨 먼저 찾은 곳이 북비고택이다. 최진혁(능인중 3학년)군이 호세와 주니어에게 "Sarangche was living the master man and Anche was living the master woman"이라고 소개를 했다. 호기심이 많은 주니어가 "Why did they live separately?"라고 묻자, 최군은 "There was some gender discrimination. Also there was the intention to protect women and yet to confine them at the same time"이라며 당시의 남녀 차별에 대한 얘기가 이어졌다.
김나영(효성초교 6학년)양은 "Have you ever been this kind of traditional construction before?"라고 호세에게 묻자, 호세는 "I have seen one passing by in a car, but it is the first time looking inside"라며 한국에 온 지 8개월 만에 한옥을 처음 구경한다고 대답했다.
사랑채를 지나 안채를 구경하는데 안채 옆에 있는 세 칸짜리 단독 가옥에 대해 주니어가 물었다. 그 단독가옥은 사당인데 사당을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아이들이 난감해 했다. 김가인(수성중 3학년)군이 "the place of ritual for their ancestors"라며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 조상의 신위를 모셔둔 곳이기 때문에 전자 사전을 동원해 'an ancestral tablet(조상의 신위)"라는 단어를 찾아내 "It's the place where the ancestral tablets are being kept(조상의 신위를 모셔둔 곳이다)"라는 설명으로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잠재웠다.
◆월곡댁
북비고택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월곡댁으로 들어가 호세와 주니어가 머슴이 되어 안에서 대문을 열어주는 놀이를 했다. 대문을 걸어 잠그는 빗장, 대문을 고정시켜두는 쐐기와 걸이를 관심 있게 살폈다. 또 높은 기단에 놓여 있는 사랑채와 대문에 딸린 행랑채에 대한 설명을 했다. 필자가 "The servants at hangrangche had to look up to their masters at sarangche, When they were called. from Hangrangche upto Sarangche"라고 하자 호세는 "It's really a lot of discipline"이라며 당시의 신분차별을 이해하는 듯이 보였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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