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름방학 즐거운 독서여행

입력 2008-07-15 06:49:58

이옥순씨 가족에겐 도서관이
이옥순씨 가족에겐 도서관이 '제2의 집'이다. 올 여름방학 때도 도서관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거의 매일 찾을 예정이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부모들은 가마솥 더위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 '다행이다' 싶지만 걱정도 많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도록 할까? 아이들이 공부에 도움되면서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고민스럽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지. 도서관을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생각의 깊이를 더 해 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웃 이옥순(38·대구 남구 대명11동)씨 가족의 '여름방학 도서관 생활계획'을 한번 들어보자.

이씨 가족은 올 여름방학을 '가족 독서 기간'으로 잡았다. 며칠 전 방학을 대비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합쳐진 60권짜리 전집도 샀다. 가족 독서 기간의 베이스캠프는 집 근처 대구남부도서관. 벌써 계획도 세워놓았다. 방학 동안 아들 현수(9·대덕초교 3학년)를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꼬박꼬박 참여시키기로 한 것.

"21일부터 5일 동안은 글쓰기 지도나 토론학습, 원고지 쓰는 법 등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 주는 '여름독서교실'에 참여시킬 거예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는데 그 동안 저와 딸 수인(7)이는 어린이열람실에서 독서도 하고 어린이 영화도 볼 거예요. 29일부터 방학이 끝나는 8월 말까지는 매주 화·목요일 '독서논술반'에도 참여시킬 예정이에요. 나머지 요일에도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려고 찾을 거예요."

이씨 가족은 이렇듯 방학 동안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을 계획이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자주 찾는 게 단순히 이씨의 고집이나 억지가 아니다. 현수는 "마음껏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 내 식당에서 우동이나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 무척 즐겁다"고 거든다. 아이들에게도 도서관이 집처럼 편하고 익숙하다.

현수는 지난 겨울방학 때도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틈틈이 책을 빌려 읽었다. 겨울방학 동안 단행본으로 100권 정도를 섭렵했다고 한다. 이씨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현수는 학교 글쓰기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는 등 글을 쓰는 데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4년 전 이씨는 지인으로부터 도서관 프로그램 중 영어나 독서논술 강좌가 좋다는 추천을 받았다. 그렇게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후 평소 영어나 어머니독서논술 등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수강하는 엄마들과 친분도 쌓고 정보도 많이 얻었죠. 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아이들에게 가르쳤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시간을 골라 영어는 하루에 30분 정도, 논술은 일주일에 한차례 정도 개인적으로 공부시켰죠."

도서관과 친해지면서 생활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는 경우가 잦다 보니 집 안 분위기가 책 읽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남편 또한 그렇게 좋아하던 TV 시청을 자제하고 있다.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평일엔 TV 대신 신문이나 잡지 등을 본다는 것. TV는 주말에 몰아서 아이들과 같이 시청하고 있다.

"6월 한달 동안은 좀 나태했어요. 책도 별로 읽지 않고 좀 빈둥거렸죠. 방학을 계기로 도서관을 자주 찾으면서 다시 책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 앉아 책을 읽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없죠. 피서가 따로 없어요."

그의 도서관 예찬은 멈추질 않는다. 그만큼 이씨 가족에겐 도서관이 공부 선생이자 문화와 교류를 나눌 수 있는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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