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60년,이젠 품격의 사회로] 윤리적 소비는 의무다

입력 2008-07-14 09:23:17

환경파괴 부르는 '흥청망청'…지구촌 반성 확산

지구촌의 최근 소비 핫트렌드는 윤리적 소비다. 버리고 낭비하는 소비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구촌의 최근 소비 핫트렌드는 윤리적 소비다. 버리고 낭비하는 소비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대한민국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 이유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꼬집는 말은 없을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지난 과거를 이제는 원없이 소비하는 걸로 지워내고 싶은 것일까? 쓸 만한 물건이라도 '최신형'이 등장하는 즉시 '촌스러운 구석기 시대 유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지구촌은 윤리적 소비에 주목하고있다. 버리고 낭비하는 소비에 대한 반성이다.

최근 지구촌 '핫'(hot)트렌드는 '친환경적 삶'이다. 명품으로 혹은 최신품으로 몸을 휘감는 것이 아니라 패션과 음식·가전제품 하나까지도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가 지구 시민들의 소비 코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패션×, 슬로패션○

한영임(22)씨는 인터넷 쇼핑 신봉자다. 그 이유는 환상적(!)으로 싼 가격 때문. 최근 인터넷을 통해 5벌의 옷을 구입한 한씨는 "어차피 한 철 입고 버릴 옷이니 품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비싼 옷 한 벌을 사 입는 것보다 오히려 돈도 절약된다"고 했다.

패스트패션이 넘쳐나고 있다. 쉽게 사 입고 쉽게 버리는 옷. 우리 사회에는 중국산 저가 의류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900원짜리 아동 티셔츠가 판매 일주일 만에 1만장이 팔렸고, 3천900원 이하 티셔츠 상품은 최근 하루 평균 1천500여장씩 팔려나갈 정도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슬로패션'이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천연 소재를 사용하거나 재활용해 자연을 배려한 옷, 생산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옷을 입자는 것이다.

대구여성환경연대 심현정 대표는 "현재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패스트패션의 편리함 속에는 '독'(毒)이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값싼 화학섬유 제조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300배나 강한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이산화질소가 사용되고, 쉽게 썩지 않아 소각하게 되면서 맹독성 다이옥신이 다량 방출된다. 의류쓰레기 급증도 풀어야 할 과제다. 패스트패션의 진원지인 영국에서는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여성복 매출이 21%가 증가했고, 영국인들이 한 해 버린 옷의 양은 평균 30㎏에 달한다고 한다.

◆최고의 유행 컬러는 '녹색'

지금 막 끝낸 저녁식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그가 속한 사회적 계급을 알아볼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빈곤층은 "배불리 먹었니?"라고 묻는다면 중산층은 "맛있게 먹었니?"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필요에 의해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비하는 제품에 얼마나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지를 생각하고 정신적 만족감까지 즐기는 것이다.

그 실천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녹색구매. 녹색구매는 "내게 꼭 필요한 제품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지금 사려는 물건이 내게 정말 필요한지, 사놓기만 하고 쓰지 않게 되지는 않을지, 혹시 이미 구입해 놓은 물건을 찾아 재활용하는 방법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녹색구매는 이미 시작될 수 있다는 것.

꼭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경우에는 가급적 에너지효율이 뛰어난 제품, 재활용됐거나 앞으로 재활용될 수 있는 것, 자연 상태에서 분해가 되는 물질로 만들어진 제품, 천연성분의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골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소비를 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녹색구매네트워크 양지안 팀장은 "과거에는 친환경 제품은 '비싸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등의 편견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대기업까지 친환경제품 개발에 뛰어들면서 양적 질적 측면에서 많이 좋아졌다"며 "녹색구매를 실천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기업의 녹색제품 생산이 늘게 돼 결국 환경 친화적 생산과 소비의 순환 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제품에 관한 정보는 녹색구매네트워크의 홈페이지(www.gpn.or.kr)나 환경부가 운영하는 '친환경정보통합시스템'(www.ecoi.go.kr)에서 얻을 수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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