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붕에도 나무와 꽃의 문화를…

입력 2008-07-14 06:15:15

대구는 무척 무더운 도시였다. 그러나 푸른 대구 가꾸기로 오명은 벗었다. 줄줄이 푸른 가로수는 시민들의 보물인양 의젓하다. 손바닥 크기의 자투리땅 하나까지 이 잡듯 찾았으니 지금 가로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아니 푸른 날개를 달고 대구의 창공을 마음껏 휘날린다.

나른한 오후에 이들의 그늘은 욕실이다. 신호등 앞에 머뭇거리는 사람들 휴게실처럼 만원이다. 정지선에 멈추려던 차량도 두툼한 그늘 앞이 우선이란다.

푸른 도시란 용어, 우리 대구만의 의지와 실천의 산물인 것 같다. 이 결과論(론)은 누구나가 다 안다. 저울질한다면 동참한 시민들의 역량이 위대하다.

그래서 시각적인 면에선 푸르다. 양적인 면에서도 많이 심었다. 도시가 푸르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 효과적인 면도 들춰 보자. 나무와 숲은 대지의 상승온도를 흡수·차단한다. 또한 깨끗하고 맑은 공기들이 도시 창공을 여유롭게 떠다닌다. 도심에도 새들의 노래가 주변 건물의 창을 넘나들어 푸른 도시와 어우러진다.

가정과 학교, 공공청사와 병원에도 담장 허물기는 우리 대구만의 으뜸가는 조경용어다. 이제 담장이란 용어는 사라지고 먼 얘기로 남는다면 그 얼마나 고무적일까. 그러나 자투리땅과 담장까지 점령하였으니 이대로 족할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곳을 넘보자. 도심은 빌딩들이 숲을 이룬다. 아니 신개발로 부상하는 외곽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빌딩 숲엔 진정 있어야 할 나무와 꽃이 아쉽다. 그래도 일부 빌딩에선 일찍이 하늘 흔드는 조경수가 있어 대견스럽다. 시작이지만 이런 건물은 활력이 넘쳐 마음이 후련하다.

도시의 대기질을 개선하고, 열섬을 완화하며, 소음 줄이기와 생물 다양성 확보로 생태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屋上綠化(옥상녹화)의 필요성을 밝혀 본다. 아울러 모든 빌딩들이 도시미관 개선에도 일조하고 아름다운 하늘 공간 연출로 건축물의 위상도 높였으면 한다. 그래서 또다시 동참을 구하고 싶다.

푸른 옥상은 청정공기를 생산하는 라인이자 시스템이다. 지구온난화예방에도 한몫을 하고 곁들인 휴식공간은 생산성 향상과 정서함양에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사계절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變裝(변장)시켜 보자.

며칠 전 조경학 교수인 지인께서 또 다른 교수님과 사무실을 찾은 적이 있다. 옥상을 포함한 모든 인공건축물을 녹화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민·산·관·학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이었다. 필자는 가뭄에 단비 만난 듯 반가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붕에도 생태계의 틀을 마련하는 것. 미래의 숲에 계절 꽃까지 곁들인다면 건물 하나하나가 도시디자인이 될 것이고, 무릉도원에 버금가는 하늘 숲은 푸른 공원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옥상에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푸른 나무와 꽃의 문화를 가득 채워보자.

권영시(시인·대구시 조경담당사무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