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아름답고 학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도연명의 무릉도원에 비유해 선원이라 불렸다는 영천 임고면 선원마을.
조선 인조 때 벼슬에서 물러나 입향한 정호례라는 선비가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이야기한 신선들이 사는 무릉도원에서 마을 이름을 따온 것이 이 마을의 이름이 되었으며 오천 정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현재 30여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개와(蓋瓦)지붕과 정자의 헌함(軒檻)들이 즐비하고 솟을대문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반촌으로서 위풍이 당당하다. 마을 뒤 선조의 묘소를 중심으로 1만여㎡의 울창한 송림이 절경이다.
마을입구 왼쪽 언덕에 문화재자료 제230호인 함계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영천의병장으로 활약한 정세아의 현손인 정석달이 1702년(숙종 28) 학문을 토론하고 연구하기 위해 정자를 세우려고 하였으나 재력이 부족하여 소재(小齋)를 지은 것이 안락재(安樂齋)이다. 둥글게 쳐진 돌담과 현판이 일품이며 조선시대 빼어난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선원마을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연정(蓮亭·중요민속자료 제107호)이다. 이병헌, 수애 주연의 '여름이야기'가 영화로 소개되면서 연정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정은 정용준 가옥(연정고택)에 딸린 정자로 연정공 정일릉이 1756년(영조 32년)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정자는 본채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남서쪽 계곡 옆에 정남향을 보고 앉았다. 본채와 연결된 쪽을 제외하고 3면에는 연못을 팠으나 현재는 동쪽만 남고 서쪽과 남쪽의 연못은 큰물에 쓸려 없어졌다. 정자를 세우는 도중 연못에서 연꽃이 저절로 피어나 연정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정자에 앉아 연정을 바라보노라면 시간이 하염없다. 연못 주위로 수백년 묵은 참나무와 물버들, 향나무, 회화나무, 모과나무 등이 숲을 이뤄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선원마을로 가려면 영천 임고면 조교삼거리에서 영천댐 방면으로 좌회전, 포은 정몽주 선생을 모신 임고서원을 왼쪽으로 끼고 대략 3㎞를 가다 보면 양항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편에 선원동마을 입구 또는 철불좌상의 입간판이 보이면 마을이 시작된다.
마을 앞으로 금호강 상류의 자호천 맑은 물이 흐른다. 가족단위의 나들이객이면 천렵 준비를 해서 나서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물이 깊지 않고 맑은 물에 사는 피리와 민물고둥, 붕어 등을 잡을 수 있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천막을 준비한 뒤 매운탕 거리를 장만해서 길을 나서는 것도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여름이야기'의 시작일 것이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 여행정보=선원마을 구경이 끝났다면 지방도를 따라 자양면으로 방향을 잡고 조금 들어가면 영천댐에서 갓 잡아 올린 민물고기를 먹음직한 매운탕과 찜, 붕어회 등으로 내놓는 식당들을 만날 수 있다. 자양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식당이 즐비한데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면 된다. 자양식당(054-336-9014) 매운탕 1만5천~3만원, 민물고기찜 2만5천~3만원, 붕어회 2만~3만원. 숙박은 보현산청소년수련원(054-336-1112)을 이용하면 좋다. 비용 4인 기준 4만원이다. 문의:영천시청 관광담당(054-330-6063), 영천시청 관광홈페이지(http://tour.y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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