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정치권, 돌아선 '고향 민심'부터 챙겨라

입력 2008-07-11 09:18:41

[설 땅 잃은 대구경북 정치권] ⑥실용정부 성공하려면

국회에 '보리모임'이란 친목단체가 있다. 대구경북 출신이거나 대구경북 출신 의원실의 보좌진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대구경북 정권 창출에 밑거름이 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의원들은 대권주자 중 누구를 따를 것이냐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보좌진만은 계파로 나뉘어 다투지 말고 역할 분담과 정보공유를 통해 '대구경북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하자는 소명감으로 뭉쳤다. 실제 그들은 대통령 만들기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런 그들의 요즘 심경은 참담하다.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몰리면서부터다. 10년 좌파 정권을 마감한 뒤 최소한 15년은 우파 정권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었으나 지금 상황이라면 당장 다음 대선에서 권력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젖어있다.

보리모임 한 회원은 "실용정부가 실패하면 '박근혜 대통령'도 없다는 것이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국민을 위해서라도 실용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회원은 "실용정부의 위기는 친이-친박 갈등에서부터 배태됐다"며 "대구경북 의원이 나뉘니 지역민들까지 나뉘었고, 그래서 대구경북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른 지역보다 결코 작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만은 살리겠다'고 공약한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기는 좀체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천정부지인 기름값, 원자재값, 곡물류값이 물가 대란을 부르고, 제2의 외환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대통령이 새로 뛸 수 있는 여건이 하나둘씩 만들어져 가고 있다. 10일 국회 개원에 맞춰 한나라당은 친박 성향 의원들의 일괄 복당 결정을 내려 최대 183석의 거대 여당이 생긴다. 행정 권력에 이어 입법 권력까지 새로 장악하는 셈이다. 대통령 취임 후 넉달 보름 동안 좌충우돌하다가 청와대 전면 개편과 소폭 개각이란 대가를 치르며 돌고 돌아 왔다.

이런 이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여러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의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은 입을 모은다. 또 이 대통령이 나서서 박 전 대표를 껴안아야 한다.

그 다음은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국정 협조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 특사까지 다녀왔고 그동안 주장해왔던 친박 일괄 복당이 이뤄진 마당이라 청와대는 '협조할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다.

이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대구경북의 지지세 회복이다. 성공한 대통령의 대전제는 국민의 지지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고향에서 먼저 지지세를 회복하지 못하면 방법이 없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고향 민심을 잘 읽어야 가능하다. 청와대와 국회·한나라당 인선에서 대구경북이 철저히 배제되고 대신 부산경남이 전면에 부상하자 "이러려고 지지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대구경북에서 높아가고 있다. 여기에다 최대 대선 공약이었던 경부대운하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주성영 의원은 "이 대통령이 수도권의 지지로 당선됐다는 생각을 한때 했지만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 없이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대구경북을 새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구경북민들도 막연히 이 대통령이 고향을 도와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서 벗어나 '실용적으로' 접근해 지역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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