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아파트'의 변신? 리모델링 관심 '부쩍'

입력 2008-07-09 06:21:41

경남타운 등 옛 고급단지 5,6곳 추진중

▲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상승하고 재개발이 가능한 도심내 택지가 줄면서 기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수성구 범어동 경남타운. 윤정현인턴기자
▲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상승하고 재개발이 가능한 도심내 택지가 줄면서 기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수성구 범어동 경남타운. 윤정현인턴기자

'우리 아파트도 리모델링해볼까'

고분양가에 미분양 사태로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폐지한데다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이 해마다 높아지고, 도심내 택지 부족현상이 심해지면서 리모델링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아파트 붐이 시작되면서 준공된 10~15층 전후의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의 주대상이며 이들 단지는 저층 아파트에 비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은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리모델링 사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 반대와 리모델링 이후 자산 가치 증식 여부 등 사업성 논란이 있고, 아직 국내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을 실제 추진한 단지가 많지 않은 점 등 걸림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비는 얼마나 들까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있어 핵심적인 사항은 공사비와 이주, 철거 등에 들어가는 비용. 리모델링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분이 공사비 투입분을 상회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공사비는 지하주차장 공사와 마감재 사양 등에 따라 20~30%까지 차이를 보이며 통상적으로 건설업체에서 제시하는 비용은 3.3㎡(1평)당 200만~300만원 정도다.

대구 리모델링 아파트 1호로 사업 추진 중인 수성구 범어동 경남타운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비용을 추산할 수 있다. 82년 입주한 경남타운은 올 10월쯤 착공 예정으로 현재 마지막 인허가를 진행 중에 있다.

경남타운 112㎡(32평)를 148㎡(45평)로 확장하는 데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공사비를 포함해 가구당 1억6천500만원 정도. 리모델링 공사 면적이 공용 부분까지 포함하면 165㎡(50평)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3.3㎡당 비용이 3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경남타운 리모델링 사업을 맡고 있는 당주건축 엄홍복 대표는 "당초에는 사업비를 1억2천만원 정도로 잡았지만 마감재 수준을 최고급으로 올리면서 사업비가 늘어났다"며 "이주에서 입주까지 기간이 20~22개월 정도로 신규 아파트 입주보다 10개월 정도 짧은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엄 대표는 "리모델링 사업의 최대 장점은 맞춤형 시공인 만큼 실속형으로 공사를 하면 3.3㎡당 200만원 초반대에도 공사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현재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건축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향후에는 공사비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모델링 이후 자산 가치는

현재 대구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5, 6개를 넘고 있다.

대부분 80년 중후반 준공된 아파트로 한동안 경남타운처럼 '고급 아파트'로 명성을 날리던 단지들이 주대상이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추진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설명.

SD건설의 금용필 이사는 "리모델링 사업의 전제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대구는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리모델링 열기가 뜨거워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중 현재 사업적 측면에서 실제 추진이 가능한 곳은 몇개 단지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타운의 경우 112㎡형의 현재 가격이 2억5천만원 전후로 볼 때 리모델링 비용을 더하면 4억원 정도가 된다. 지난달 인근에서 분양한 대공원 재건축 아파트 3.3㎡당 분양 가격이 1천1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리모델링 이후(45평) 가격(3.3㎡당 890만원 정도)이 신규 분양 가격보다 저렴하게 돼 시세 차익이 형성된다.

이 같은 계산 방식을 적용하면 범어동이나 지산동, 봉덕동 지역 등에 있는 90년대 이전 준공 아파트들도 입지나 주변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리모델링이 가능할 것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만족을 표시하거나 사업비 부담을 들어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입주민들이 적잖은데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준공 이후 시세 보장이 쉽지 않은 점 등이 사업 추진에 애로점으로 꼽히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의 장단점

리모델링 사업의 장점은 재건축과 비교할 때 규제가 적어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이 용이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업기간이 짧고 리모델링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도 100%에서 전체 주민 3분의 2 이상으로 낮아졌으며 리모델링 추진 가능 연한도 준공 후 15년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리모델링 이전 평형이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일 경우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며 전용면적 기준으로 30%를 늘릴 수 있어 재건축을 해도 늘려 짓기가 어려운 용적률 200% 안팎, 10∼15층가량의 중층 아파트들은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또 리모델링 시공이 골조만 남겨둔 채 완전히 재시공되는 만큼 신규 입주 아파트와 같은 수준의 집을 얻게 된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기본적으로 남향집의 경우 골조를 살려 공사를 하는 만큼 동서 방향의 확장이 불가능하고 남북 방향으로만 집이 넓어져 일조권이나 실내 평면 배치에 한계가 있고 층고가 낮은 아파트의 경우는 강제 환기 시스템 등을 설치하면 층고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단점을 안게 된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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