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내! 잔금도 늦춰줘!" 신규 아파트 분쟁 잇따라

입력 2008-07-08 08:40:25

신규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마다 시공사와 계약자 간의 '금전 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분양 가격 이하로 떨어지는 단지가 속출하면서 보상 차원의 '민원'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입주 예정자 민원이 조경이나 실내 마감재 수준 향상 등 단지 내 공용 부문에 대한 요구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잔금 유예나 이자 면제 등 직접적인 금전 요구 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미분양이 많은 단지에 이 같은 입주 민원까지 겹치면 시공사로서는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입주 단지마다 쏟아지는 보상 민원

달서구에 분양한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A사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입주자들이 집단으로 잔금 유예와 발코니 새시 설치 등의 요구를 하며 민원을 제기하고 나선 탓이다. A사 관계자는 "이미 계약자들의 요구로 단지 시설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40여억원을 쏟아부은 상태지만 입주를 앞두고 또다시 잔금 유예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분양이 20% 이상 남아 있어 이미 적자 사업장인데 계약자 요구를 다 수용하면 추가로 10억원 이상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 지역 B 단지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입주 예정자들이 분양 당시 단지 홍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몇 개월 전부터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

시행사 측은 "입주민들이 만원을 제기하는 속 사정은 금전적 보상"이라며 "어느 정도까지는 수용할 계획이지만 미분양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있어 주민 요구를 받아 주기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미분양에 아파트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면서 입주 단지마다 시공사와 입주자 간의 '분쟁'이 일반화되고 있다.

입주가 다가왔지만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거나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잔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는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일 연기나 이자 조건 변경 등에 대해 강도높은 요구를 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시공사나 시행사 대부분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계약자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분양 판촉 조건 변경도 어려워

지난해 이후 시공사들이 미분양 판촉을 위해 내걸고 있는 다양한 할인 조건 또한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기존 계약자들이 미분양 단지에 적용되는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면서 '계약 해지'나 '동일한 수준의 혜택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기존 계약자들은 대부분 로열층을 분양받은데다 이들에게까지 조건 변경을 적용하면 최소 몇십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입주가 임박한 단지일수록 미분양 혜택 적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시공사들이 조건 변경으로 내걸고 있는 중도금 무이자를 적용할 경우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1천여만원, 발코니 확장도 비슷한 비용이 투입되며 잔금 유예나 입주 기간 연장 등도 기간에 따라 단지별로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일부 시공사들은 미분양 판촉안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이 같은 기존 계약자들의 민원 우려 탓에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못한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집값 하락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계약자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수성구 모 단지 계약자 동호회 관계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말에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해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있지만 분양권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이자는 포기하더라도 원금조차 손해보는 계약자들이 많다"며 "이 중에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은 만큼 시공사에서 어느 정도의 손실을 분담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 한 시공사 임원은 "사업자는 미분양으로 계약자는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있어 민원이 발생하면 결국 누가 손해를 더 보느냐는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며 "바닥을 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가져온 폐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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