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경고했듯이, 바야흐로 오늘날의 우리 세계는 "위험 지대(danger zone)에 빠져들고 있다". 고질적인 빈곤 문제, 기후온난화, 물부족이라는 '불' 속에 유가와 곡물가격 상승이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로벌 이슈들은 상호 밀접하게 연동되면서 심각한 경제 및 정치불안을 야기시키고, 빈곤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한국도 위험 지대에 진입했다. 정부는 7월 6일 1단계 고유가 위기관리조치(Contingency Plan)를 발동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은 석유 등 원자재와 곡물가격은 물가폭등으로 이어지고 있고, 우리네 서민들의 가계에 직격탄을 안겨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3의 오일쇼크'로 사태를 규정했지만 실상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세계은행은 1973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가 기록적인 기름가격 상승과 곡물가격 상승의 결합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치솟는 물가로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세계적인 성장둔화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이런 현상이 특히 저개발국인 아프리카 나라들을 중심으로 1억명 이상을 극도의 빈곤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41개국은 지난 1월 이후 고유가와 곡물가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3~10% 손실을 겪고 있고, 30여개국들은 식량과 에너지 위기가 일반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식량폭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곡물가 상승은 2015년까지 계속될 것이고, 유가 상승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예측한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대응도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G8 정상들과 주요 석유 생산국들에 고유가와 고곡물가로 초래된 인간 재앙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 150개 나라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마련, 농업 증산, 무역장벽 완화 등을 통해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글로벌식량뉴딜정책(a New Deal on Global Food Policy)'에의 동참을 약속했다. 7일부터 3일간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리는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도 이런 글로벌이슈들을 다룬다.
때마침 1년 반 만에 고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은 이제 글로벌 이슈에 적극 기여함으로써 글로벌플레이어(global player)가 될 때"라고 강조하였다. 많은 유엔 회원국들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세계 12. 13위의 경제대국에 걸맞은 한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글로벌플레이어가 되기에는 '2%' 모자라 보인다.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은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얼마 전 국제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로마 식량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의 100분의 1수준의 금액만을 기부했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는 국내 정치, 경제 현안도 제대로 해결 못 하는 리더십을 인내하며 지켜보고 있다. 보수와 진보세력 간 갈등의 골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고, 그 틈에서 일반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손을 놓고 그냥 지켜보기에는 사태가 너무 엄중하다. IMF 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헤쳐온 우리의 민초들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응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내 현안에만 매몰되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21세기 세계화시대의 글로벌이슈들은 서민들의 삶과 직결돼 있는 게 특징이다. 시민 수준에서 글로벌이슈에 적극 맞서 공생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시민사회는 관련 나라들이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새로운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감시하면서 집합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특히 고유가를 부추기는 투기자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많은 저개발국 주민들을 돕는 인도적 지원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어려울 때, 그리고 글로벌이슈의 하나인 북한문제를 해결할 때 국제사회에 보다 떳떳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글로벌플레이어를 강조한 뜻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임을출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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