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우리는 이렇게 다시 일어섰습니다

입력 2008-07-07 08:54:57

▶ 골수병 딸 간호하는 정정이씨 (2007년 10월 24일)

"경북대병원 무균실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던 제 딸 (신)다영(22)이는 요즘 창원 집에서 대구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자가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웃사랑'에 소개된 다음달 정상적으로 퇴원할 수 있었지요. 일주일에 한번씩 대구를 찾아 혈소판과 혈액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껴야만 바깥 출입이 가능하지만 무척 잘 걷는답니다.

집에서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느 여대생의 생활 속으로 돌아왔답니다.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흥얼거릴 정도로 회복된 다영이가 꿈만 같아요. 머리카락이 3cm 정도 자랐답니다. 며칠 전에는 대학교 친구들이 방학을 했다며 찾아와 '특유의 수다'를 몇 시간씩 떨고 갔는데, 다영이는 다시 돌아갈 캠퍼스를 꿈꾸며 열심히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5년 정도 건강하게 요양하면 우리 딸이 다시 여대생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부터 마음으로 기도해주신 많은 독자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슴 한쪽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 꼭 알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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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혈병에 고아였던 김수진씨 (2007년 7월 18일)

"저는 지난 2월 경북대병원을 퇴원했습니다. 저에게 꼭 맞는 골수를 가진 기증자가 전국에 10명 있었는데 때마침 이식받게 됐거든요. 수술은 대성공이었어요."

그리고 독자 여러분, 저에게 가족이 생겼답니다. 새엄마가 생겼고, 오빠도 생겼어요. 매일신문에 사연이 소개된 뒤 경북대병원의 백혈병 다음까페에 가입했는데 까페 운영진인 오빠로부터 연락이 왔거든요. 자신도 백혈병이었는데 완치됐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면서요. 그냥 잊고 지냈어요. 금전적인 도움보다 절 따뜻하게 안아줄 가족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너무 힘들었던 어느날 전화를 했고 오빠의 엄마가 절 가족으로 맞이해줬어요. 지금은 경북 영주 풍기쪽의 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답니다.

엄마는 풍기의 한 인삼밭에서 일하고 있지요. 오빠는 교회에서 일하고요. 저도 일주일에 두번씩 교회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답니다. 1학년 애들 7명이 제 학생인데 얼마나 씩씩하고 제 말을 잘 따르는지 하루하루가 아주 보람있어요. 틈날 때마다 성경을 읽고 노트북에 옮겨쓰면서 마음을 다스린답니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도 하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고 머리카락도 많이 자라서 아주 기분이 좋아요.

매일신문 이웃사랑 독자 여러분, 저에게 이렇게 큰 행운과 행복을 주셔서 큰 감사드려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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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야모야병 박성민·태성 형제 엄마 김경희씨 (2006년 6월 14일)

"매일신문에 보도될 당시 초교 3학년, 1학년 휴학 중이던 성민이와 태성이는 이제 5학년과 3학년이 되었습니다. '이웃사랑'이 소개된 뒤 받은 수술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나 그 해 2학기부터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사연이 소개된 뒤 900만원이나 되는 성금을 모아줬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마치면 숙제가 산더미인 줄도 까맣게 잊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뛰어들어와 밥달라고 합니다. 한번 잊었던 기억을 되살려 다시 공부하는 녀석들이라 성적이 신통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녀석은 지난 시험에 120문제 중 70문제를 맞췄어요. 스스로 지문을 읽지도 못해 선생님이 불러줬던 막내가 이젠 잘 읽고 잘 써서 얼마나 기특한지요. 장난감을 여전히 좋아하고 사달라고 떼를 쓰는 보통내기가 아니랍니다. 형 성민이가 태성이를 아주 잘 보살펴줍니다.

방과후 학습으로 둘 다 영어, 수학을 배우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번 영남대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고,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약을 타 옵니다. 전세보증금을 빼 월세로 옮겼지만 아빠하고 아이들 우리 네 식구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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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액성 림프종 딸 키우는 탈북여성 김선옥씨(2006년 10월 25일)

"유난히 큰 발가락 2개를 잘라내고 뒤뚱거리던 서녕이는 이제 어엿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됐습니다. 여전히 잘 넘어지지만 아이의 '살인미소'는 여전하지요. 넘어져도 웃고 꾸지람을 들어도 웃고 공부를 못해도 웃는 서녕이에게 이렇게 '희망과 밝음'을 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전히 집 앞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녕이는 수업을 마친 뒤 아파트 단지 내 복지관에서 숙제를 하고 저녁까지 먹고는 제품으로 뛰어옵니다. 넉넉한 살림도 아니고 요즘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손님이 적은 게 걱정입니다만 좋은 분들이 주위에 많아서 잘 참고 이겨내고 있습니다. 약값이 꼬박꼬박 나가는 게 큰 걱정이긴 하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서녕이를 보며 희망을 다져봅니다.

저는 매일신문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매일신문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으로 온 뒤 다단계로 날려버린 1천200만원, 중국에 남편을 데려다 주겠다는데 속아서 건넨 800만원도 이제 아깝지 않습니다. 북에서 온 여자가 고생한다며 이웃들이 건네는 빵 한 조각, 같이 뜨자는 숟가락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딸 차별하지 않고 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서녕이는 되고싶은 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지요. 간호사도 되고 싶고, 의사도 선생님도 과학자도 다 되고 싶다는데···욕심 많은 우리 딸 잘 지켜봐주세요.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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