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뾰족구두 신는 足足 발병 난다

보통 하루 5천보, 평생 8만km정도 걸어…족욕·발마사지 등은 혈액순환에

▲발이 피곤하다. 아프다. 허리의 통증까지 불러일으킨다. 이제 발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보자.

발, 인체 중 가장 홀대받는 부위 중 하나다. 몸의 가장 밑바닥에서 지면과 접촉하며, 온몸의 하중을 조그만 발 2개로 견딘 채 걷거나 뛰어다닌다. 그러다 보니 짓눌리고 갈라지고 땀 범벅이 되기 일쑤다. 때문에 냄새와 발가락 변형, 무좀, 각질 등 각종 질병도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발이다. 그런데도 무관심하다. 당연하게 생각한다. 만약 발이 '스트라이크'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큰일이다. 이제라도 발에 관심을 가져 보자. 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질환 및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발이 단순하다고요?

우리는 발을 '단순·무식'하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26개의 뼈와 55개의 관절, 20개의 근육과 42개의 인대에다 신경, 혈관 등이 복잡하게 얽혀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주 섬세하고 과학적인 부위가 바로 발이다. 이들 중 하나만 이상이 생겨도 걷기가 불편해지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진다. 또 발에는 내측 종(縱)아치, 외측 종아치, 횡아치 등 3개의 아치(arch) 모양의 구조가 있어 생체 역학적으로 가장 안정되게 우리 몸의 체중을 분산시키고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피로감을 덜도록 도와준다. 한마디로 발은 우리 몸의 구조를 지탱하는 주춧돌과 같은 아주 중요한 신체 부위다.

◆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발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이상이 생기는 것은 바로 걸음걸이. 발 문제로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기고 이러한 상태가 수년, 수십년 동안 지속되면 무릎은 물론 고관절, 허리, 척추 등 통증과 관절 이상까지 불러일으킨다. 고관절 통증, 요통, 부정렬 증후군 등을 동반, 만성적인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소아들의 경우 발 문제로 안짱다리, 하지 성장통, 척추 측만증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바른 자세는 건강 유지를 위한 첫 단계다. 체중이 잘 분산되고 각 관절이 안정된 위치에 있는 자세는 바로 발에서 나온다.

◆발 질병엔 뭐가 있나

사람은 보통 하루 5천보, 평생 8만㎞ 정도 걷는다고 한다. '어떤 발'은 혹사를 해도 별다른 불평이 없지만 대부분의 발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발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통증이나 심한 피로감이 있는 발은 이상이 있는 발이다. 쉬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는 게 좋다. 발과 직접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에는 편평족(평발), 첨족, 발뒤꿈치 통증, 지절간 신경염, 발목터널 증후군,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휜 기형), 굳은살, 티눈 등이 있다. 이중 편평족은 평발이라고 불리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통증보다 평발이 지속되면서 족저근막염, 발가락 변형, 건염, 발목 관절염 등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반대로 평발이라 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경우엔 꼭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발,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건강한 발은 아프지 않고, 변형이 없으며 관절도 잘 움직이는 발이다. 무좀, 굳은살, 티눈 등도 없어야 한다. 이러한 건강한 발을 위해선 평소 관심과 관리가 필수다. 뒷굽이 높은 신발(하이힐)은 되도록 신지 않는 게 좋다. 신발 뒤가 높으면 몸의 무게가 발끝으로 몰려 발가락이 휘거나 티눈이 생기기 쉽다. 뾰족 신발도 마찬가지다. 발가락들이 뭉치고 짓눌려 발가락 기형, 티눈, 압박종 등의 발병 우려가 있다. 신발창이 얇고 편평하거나 지나치게 두꺼운 경우도 좋지 않다. 발바닥 통증을 유발하거나 발목 골절을 일으킬 수 있다. 늘 깨끗이 씻고 잘 말리는 등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건강한 발 관리의 기본이다. 여기에 발 마사지, 족욕 등도 혈액순환을 좋게 해 발 건강에 좋다. 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발만 전문으로 예방은 물론 관리, 진단, 치료 및 재활까지 돕는 발 건강 클리닉까지 생겼다. 근골격계 초음파 검사, 족압 분석 장비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발을 진단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소영 계명대 동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