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림들에게 바통 터치…유학 대물림·대중화 전력
대구향교의 배효덕(76) 전교가 1일 취임했다.
전교(典校)는 공립학교로 치면 교장인 셈. 지역 유림의 본산인 대구향교의 교육과 제례, 대외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직책이다.
"대구 유림의 대물림과 대중화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대구향교는 전국에서 가장 강학활동이 왕성한 곳이다. 학생은 300여명. 최근 '충효교실' 등을 통해 청소년들도 가세하고 있지만, 정년 퇴직한 60, 70대가 대부분이다.
다소 정체된 듯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것이 배 전교의 뜻이다. '대물림'은 전국 유림의 오래된 숙제다. "유학이 고리타분하고, 진부하다고 얘기하죠. 그러나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자신을 닦는 것은 어떤 시대와 어떤 환경에서도 유효한 것입니다."
최근 정보화 사회로 이전하면서 예전 농경시대의 가치기준들이 많이 바뀌었다. "시대가 다른데 가치 기준이 같으면 안 되죠. 형식은 바뀌어도 예를 갖추는 기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배 전교는 언론인 출신이다. 1960년대부터 매일신문과 영남, 경북일보에서 30년간 종사했다. 불로동에서 태어난 대구 토박이. 지역 선비들의 권유로 유학에 발을 들여놓았다. 매일신문에 연재된 '영남학맥' 등 기사들을 스크랩해 타블로이드로 제본해 돌려 볼 정도로 평소 유학에 관심도 많았다.
그는 "유학이 정체될 것이 아니라 젊은 유림들에게 바통을 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물림과 대중화를 위해서 유학의 이론서나 입문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일본만 해도 유학을 현대화하는 이론연구가 많이 진척되어 있습니다. 경전 공부도 중요하지만, 일반 대중이 접하기 쉽고 이해하기 편한 책들이 많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유림의 사분오열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관념보다는 분파들의 친소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은 편. 이러한 갈등과 분열이 유학을 더욱 침체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그는 "유림들의 높은 뜻을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유림은 학문이 깊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자연적인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배 전교의 취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갈등을 수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능력에 비해 과한 말"이라며 "모든 일은 유림들의 큰 뜻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배 전교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이 '수기치인'(修己治人). '자기 몸을 닦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임기(3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그는 일흔여섯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 몸을 닦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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