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로 읽는 한권]셰익스피어 공연무대사

입력 2008-07-02 07:21:47

'글로벌' 단어의 영향력은 향후 새롭게 기록되어질 공연무대 역사에서 글로브극장이 차지하게 될 위상을 예상하게 한다. 20세기 말에 다시 태어난 16세기의 글로브극장은 21세기 세계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되는 글로벌 극장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셰익스피어 공연무대사-글로브극장에서 글로벌극장으로』한영림 지음/도서출판 동인/342쪽/1만8천원

영국 최초의 상설극장 이름은 무엇일까? 정답은 싱겁게도 그냥 '씨어터(theatre)'다. 그 '오리지널' 씨어터는 재정적인 이유로 압류되어 철거당할 때까지 대충 이런 연극들을 상연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헨리 4세, 그리고 헛소동.

세를 못 내 자신들의 극장이 헐리는 것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봤던 일군의 연극배우들은, 뜯긴 극장의 목재들을 주워 모아 템스강 주변의 지역을 배회했다. 1599년 5월 16일, 드디어 그 가난한 배우들의 작은 516혁명은 이루어졌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분장과 연기를 뽐낼 소박한 '둥근 모양의 터전'을 완성시켰던 것이다. 그 터전이 바로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이다. 그 극장은 1613년 화재로 인해 완전 소실될 때까지 대충 이런 인물들이 절규하는 장소였다.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

극장이 전소되는 화재 후 일 년,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그 극장들의 설립과 유지에 바쳤던 한 사나이 또한 조용히 죽어갔다.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분신과 같았던 그 극장이 383년 뒤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1997년 6월 12일, 윌리엄 포울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모금과 성원 끝에 글로브 극장은 복원되었다. 그리고 그 극장의 새 이름은 펜대 하나로 '세계(globe)'를 통치했던 한 극작가의 이름을 따 '셰익스피어글로브(Shakespeare's Globe)'로 명명된다.

『셰익스피어의 공연무대사』는 이러한 '글로브 극장'의 흥망과 성쇠 또, 그 감동적인 부활의 과정을 영국 현지에서 직접 수집된 권위 있는 문헌들과 80여점에 이르는 희귀한 이미지 자료를 통해 상세하게 소개한다. 책은 나아가 '스테이지 뷰티' 같은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영국 최초의 여배우 '마가렛 휴즈'에 관한 에피소드나, 셰익스피어 연극 주인공들의 코스튬플레이 행진으로 유명한 '주빌리 축제(Jubilee)' 등, 흥미로운 영국 문화 이야기들을 곁들이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전공자들에게는 적확한 참고문헌으로서 또, 셰익스피어 팬들에게는 재미있는 교양서로서 달리 읽힐 수 있을 것이며, 올 여름 영국을 방문할 여행객들에게는 근사한 가이드북으로도 넉넉히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둥근 글자(0)의 모양은 수로 말하면 영(0)이지만 숫자 다음에 붙이면 백만을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글로브 극장의 형태를 암시했던 유일한 셰익스피어의 대사)『헨리 5세』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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