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웃을때 수박은 운다…농산물 품목별 '희비'

입력 2008-07-01 09:47:46

양파·감자·사과 농가는 '웃음', 마늘·수박 농가는 '한숨'. 초여름 들어 농산물이 품목별로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산지 농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요즘 양파 농가들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농협 수매가 한창인 군위·의성지역 양파의 경우 20kg 한 포대 가격이 1만원 내외로 지난해 6천원에 비해 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데다 최근 들어 양파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영천지역도 양파 20㎏짜리 1포대 가격이 지난해 5천~6천원에서 최근 1만2천원대로 2배 오른 가격에 수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천지역의 경우 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 219㏊에서 올해는 159㏊로 줄어들었다.

감자값도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올랐다. 감자 주산지인 고령군 개진면 하우스 재배 감자의 경우 지난해 20kg 한상자에 2만5천원 하던 것이 올해 3만5천~4만원으로 크게 올랐으며, 노지 재배 감자도 상자당 3천~4천원이 오른 1만5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낙동강변인 상주 함창읍 금곡들판에서 생산되는 '금곡감자'도 20㎏ 한상자에 지난해보다 배 이상 오른 가격인 1만2천500원씩에 팔려나가고 있어 농민들이 신바람이 났다.

사과도 20k들이 상품 1상자당 12만~14만원 선에 거래돼 6만~7만원 하던 지난해 이맘때 가격에 비해 무려 두배 이상 폭등했다. 중품도 지난해에는 20㎏들이 한상자에 4만~5만원 하던 것이 올해는 7만5천~8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사과 생산농들이 지난 겨울철 가격 안정시기에 대부분 서둘러 출하하는 바람에 사과물량이 바닥난데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마늘농가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의성지역의 경우 지난해에는 한마지기(660㎡·200평)당 마늘 밭떼기 가격이 평균 250만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200만원 이상을 받은 농가가 그리 많지 않다. 난지형 마늘 경북지역 최대 생산지로 수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영천마늘도 상품 1㎏ 가격이 지난해 2천원에서 올해는 1천원대로 곤두박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성군농민회 조장래 정책부장은 "광우병 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소비가 부진한 데다 유가 폭등으로 화물차 상인들이 영업을 중단한 것도 마늘값 폭락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수박도 지난해에 비해 평균 20% 정도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른 장마와 아침저녁 선선한 날씨 탓도 있지만 오랜 불경기에 따른 서민가계 위축으로 소비가 감소한 것이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루 2만개의 수박이 출하되고 있는 안동농산물도매시장에는 상품 10㎏짜리 1개가 평균 7천~8천원, 중품이 5천~7천원에 거래돼 지난해 이맘때 상품이 1만1천원 하던 것에 비해 무려 3천~4천원이나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

최재수·이홍섭·이희대·엄재진·이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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