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 1년] (하)확대시행, 노동계 '폭풍'으로
직원 200명 회사의 인터넷 및 전산업무 파트에서 일하는 K(35)씨. 그는 매년 계약을 맺는 소위 비정규직이다. 이곳에서 일한지 5년이나 됐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적잖은 차별을 겪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정규직의 70% 수준이고 야근을 해도 수당을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비정규직보호법이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2년만 더 근무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K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고 했다. "회사가 어려우면 비정규직은 구조조정 1순위잖아요. 말도 못하고 눈치만 봐요."
비정규직보호법 확대 시행으로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을 끌어 안지 못하는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집단 해고, 외주화 등 부작용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돼 차라리 '없느니보다 못한' 법이 되고 있다.
◆기업도, 노동자도 불만
전체 직원 100여명 중 비정규직이 40%를 차지하고 있는 A사는 임금, 복지 등 처우개선에 드는 비용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인사 담당자는 "경기침체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정규직 직원도 줄여야할 판"이라며 "경비절감을 위해 라인 감축으로 비정규직 수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보호법 확대 시행으로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비정규직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비교적 단순 업무에 대해서는 외부 용역으로 고용보장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비정규직법에서 파견직은 차별 시정의 대상에 포함되지만 용역직은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
자동차 부품회사를 경영하는 C씨는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한 것은 경영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인력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 기업들의 비정규직 구조조정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이 오히려 고용불안을 촉발하고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성서공단의 한 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J(34)씨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회사 분위기만 뒤숭숭해졌다"고 했다.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비정규직보호법은 고용책임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호출·시간제·용역 등 간접고용 증가로 비정규직 수는 오히려 늘어날 것 같다.
진정한 비정규직보호법이 되려면 보완할 것은 뭘까? 영남대 법학부 조임영 교수는 "비정규직법이 외주화나 위장 도급 등에 대한 규제수단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종합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은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에 대해서는 법인세 완화나 사회보험료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 같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한의대 유통경제학부 김종웅 교수는 "기업의 경우 인건비 절약을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했던 만큼 법 적용에 따른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며 "단순노무나, 육아휴직 등으로 단기간에 발생하는 업무에만 한정해 비정규직을 쓰는 사용사유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일반노조 비정규센터 김세종 소장(노무사)은 "비정규직 차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차별시정 신청을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조나 제3자가 할 수 있도록 다원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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