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막강 MF…스페인 우승 '원동력'

입력 2008-07-01 08:51:03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명승부와 격전의 소산으로 새로운 스타와 명장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기존 스타들의 드높았던 명성을 잠재우기도 했다. 또 정교한 패스와 뛰어난 기술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득세한 스페인의 기술 축구와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새로운 축구 전술은 세계 축구계에 영감을 주었다.

▶스페인의 우승과 창의적인 전술=스페인은 특유의 빠르고 짧은 전진 패스와 기술을 결합, 상대들을 잇따라 침몰시켰으며 수비에서도 짜임새 있는 움직임과 압박으로 별다른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페인은 사비 에르난데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마르코스 세나 등 미드필더들의 역할을 강조한 4-1-4-1 전형을 구사, 눈길을 끌었다. 이 전형에선 미드필더들이 공·수의 능력을 겸비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의 공격 능력도 중시돼 종전까지 공격형과 수비형으로 구분되던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통합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이번 대회에선 중앙 공격수가 좌·우 공격수와 자리를 바꿔가며 기회를 만들어내는 '포지션의 파괴와 변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포르투갈의 페페, 러시아의 유리 지르코프,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 등 수비수들은 뛰어난 공격력으로 골까지 넣기도 해 '풀백'으로 불리우던 수비수들의 역할이 더욱 확대됐다.

▶명장으로 떠오른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올해 칠순을 맞이한 노 감독이지만 스페인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제거하는 과감한 세대교체로 결실을 맺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부임 후 레알 마드리드 출신 선수들로 주축을 이루면서 지역 감정이 강했던 대표팀을 재편, 협력 플레이를 하지 않아 모래알 같았던 조직력을 다지게 했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 대표팀의 간판이었던 라울 곤잘레스(레알 마드리드)가 대표팀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상대에 따라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적절한 전형을 취하면서 스페인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6경기를 모두 뛰어난 경기력으로 승리, 우승을 차지하게끔 이끌었다.

▶부각과 몰락=우승팀 스페인과 준우승팀 독일과 함께 4강에 오른 터키와 러시아는 잇따른 명승부의 주역으로 축구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 다비드 실바(이상 발렌시아), 러시아의 안드레이 아르샤빈(제니트), 로만 파블류첸코(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터키의 아르다 투란(갈라타사라이), 세미 센투르크(페네르바체) 등은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에 반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FC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젠나로 가투소(AC밀란) 등은 명성이 무색한 플레이를 펼쳤다.

아라고네스 감독과 함께 독일의 요아킴 뢰브 감독, 러시아의 거스 히딩크 감독, 터키의 파티흐 테림 감독 등은 명장으로 주목받았고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 로베르토 도나도니 이탈리아 감독 등은 끊임없는 지도력 논란에 휩싸이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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