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맹부 맹모 다이어리] 아들 대안학교 보낸 최순옥씨

입력 2008-07-01 07:46:22

"애니메이션 작가 꿈 막을 수 없었어요"

▲ 최순옥씨는 아이가 공부를 원하지 않고 다른 꿈이 있다면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 최순옥씨는 아이가 공부를 원하지 않고 다른 꿈이 있다면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최순옥(44·여·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의 아들은 흔히 말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적이 좋은 '모범생'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인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열정을 쏟고 있는 '꿈 많은 청소년'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과감히 대안학교인 달구벌고교에 입학했다.

최씨는 그런 아들(17)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때는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키우려고 했죠. 아들이 초교 때만 해도 미술학원, 피아노학원에 보냈어요. 거기다 공부방도 보내고 학습지도 신청하고요."

그러다 초교 5학년 방과후 학교 때 우연히 접한 애니메이션 수업에 아들이 큰 흥미를 보였다. 애니메이션 강사도 아들의 그림 그리는 소질을 곧잘 칭찬하곤 했다. 최씨 또한 아들이 감각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최씨가 2002년 10월 태국에 갔을 때였다. 당시엔 한일월드컵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을 때. "아들이 그려준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 캐리커처'를 옷에 붙이고 다녔죠. 외국인들이 그걸 보고 모두 이천수란 걸 알아보더라고요. 정말 잘 그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때 아들이 만화에 재능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최씨는 특히 아들이 대상의 특징을 잘 파악해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있단다.

그래도 최씨는 아들이 기본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아들은 중학교에 들어간 뒤부터는 공부에 점점 싫증을 내는 것이었다. 중1 땐 영어와 수학 학원을 보냈는데 자꾸 가기 싫어하는 것이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학교마저 가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는 경우가 잦았다. "어느날은 너무 답답해 '네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죠. 그러자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정말 원한다면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 때부터 방과 후에 애니메이션 학원을 보냈어요."

그러다 고교를 선택할 중3이 다가왔다. 최씨는 아들의 적성을 살려 예술고를 보내려고 내심 생각했지만 아들은 인터넷에서 찾은 달구벌고교를 가겠다고 결심했다. "직접 학교를 여러 차례 가봤죠. 전교생이 120명이어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였어요.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죠. 전체적으로 판단할 때 아이를 보내도 괜찮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들은 달구벌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오후엔 애니매이션 학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대신 아들에게 한가지 약속을 받았다. 대안학교에 가더라도 생활에 꼭 필요한 영어나 사회, 역사 등은 꾸준히 공부하기로 한 것. 최씨는 지금도 기본적인 공부는 하라고 강조한다. "독서도 자주 하라고 이야기해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요즘 대하소설이나 역사소설, 철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요."

"사실 일반고에 가서 모범적으로 공부하면 좋겠지만 아이가 공부를 원하지 않고 다른 꿈이 있다면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평생을 하는 것이 직업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몇몇 아는 사람들은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걸 두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공부를 계속 시키는 것이 정말 강요인지,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해요.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도 부모로서의 사랑이자 도리인 것 같아요."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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