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제 확대 '그림의 떡' 그치나

입력 2008-06-30 09:07:15

올 출생아이 휴직신청 3살까지 늘렸다는데

지난 22일부터 육아휴직제가 시행 범위를 넓혔다. 올해 태어난 아이부터는 육아휴직 신청 가능 기간이 세살까지로 늘었다. 맞벌이부부 경우 부부가 교대로 같은 자녀에 대해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1년짜리 휴직도 쉽지 않은 직장 현실에서 이 같은 육아휴직제 확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그림의 떡'에 그칠 우려가 크다.

◆반쪽짜리 육아휴직제

육아휴직제 확대는 근로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휴직하는 일은 아직 먼 나라 얘기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30·여·사무직)씨는 지난해 9월 출산 이후 12월 중순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했다. 아이는 친정 어머니에게 월 6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맡겼다. 한달에 200만원 정도를 번다는 김씨. 육아휴직 기간 동안 노동청에서 매월 50만원을 지원해주지만, 휴직 동안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수입이 150만원이나 줄게 됐다. "남편 혼자 벌어서는 감당이 안 됐어요. 아파트 대출금 이자만 한달에 60만원이 들고 생활비며 아이 양육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았어요. 회사 눈치도 보였고요."

직장인들 사이에 육아휴직제에 대한 관심은 높다.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올 5월 말까지 대구와 인근(경산·영천·청도·고령·성주·칠곡)지역의 직장인 중 육아휴직자는 992명. 지난해 1년 동안 1천269명이었던 점을 비교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평균 육아휴직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이 만 1세 되는 날을 넘을 수 없다는 제도 확대 이전에도 크게 못 미친 것이다.

◆기대보다 앞서는 걱정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녀 각각 1년씩 육아휴직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남성의 경우는 사회적 편견과 동료들의 공감대 부족, 사업주의 무관심, 인사상 불이익 우려 등이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김모(32)씨는 "1년간 직장을 쉬겠다는데 좋아할 사업주는 없을 것"이라며 "남편이 자식 양육에 매달린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가계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도 쉽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휴직할 경우 수입은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월 50만원이 전부이기 때문. 사업주의 배려도 쉽잖다. 지역의 A자동차부품업체 인사담당자는 "지역 대부분의 기업들이 감원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랐는데 휴직으로 자리가 비면 전체적인 업무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회사의 배려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제도적 보완 있어야

무엇보다 육아휴직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승진이나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실제 취업·경력포털 스카우트가 최근 직장인 98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육아휴직'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5%가 육아휴직을 써 본 경험이 없으며, 그 이유로 '승진 및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라고 응답한 직장인이 26.6%를 차지했다.

노동부는 이를 감안해 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또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불이익 금지 조치에 대해 객관화된 매뉴얼이 없다 보니 판단이 쉽지 않다. 노동청에 진정을 하더라도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크기 때문. 실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육아휴직으로 인해 노동청에 접수된 진정이나 고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노동청 관계자는 "고용이 보장된 몇몇 직장을 빼고는 당장 실행에 옮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노사 간의 폭넓은 이해 등이 뒷받침돼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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