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 위해 좋은 일 해보자" 남산동의 도원결의

입력 2008-06-30 09:28:07

▲ 지난 28일 열린 대구 중구 남산3동 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에서 장학회원들과 학생들이 즐겁게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지난 28일 열린 대구 중구 남산3동 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에서 장학회원들과 학생들이 즐겁게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우리 동네 아이들은 우리가 책임져야죠!"

이런 장학회도 있다. 동네 주민들이 돈을 모아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는 '우리 동네 아이들'을 돕고 있다. 벌써 15년째. 적은 돈으로 이웃을 돕는 '품앗이 기부'는 대기업 장학회도 부럽지 않다.

비가 내리던 28일 오전 11시 중구 남산3동 주민센터 2층. 장학금을 주려는 동네 어르신들과 장학금을 받으려는 학생 9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종이접시에 차려진 과자며 음료수는 어르신들이 손수 차린 것들이다.

"어머니께서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다며 기뻐하세요. 어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하신데 형제들도 많아 공부하기 힘들었거든요. 공부를 썩 잘하는 건 아닌데 이제부터 열심히 해야겠어요." 한 학생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사단법인 '남산장학회'는 1992년 6월 발족했다. 남산3동에 살면서 자주 어울려 술을 마시던 어른들이 "술로 하세월하지 말고 뭔가 좋은 일을 해보자"며 뜻을 모은 게 시작이었다. 어르신 14명이 2천400만원을 모았다. 2년 뒤인 94년 14명의 학생들에게 2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234명의 학생들에게 6천400만원을 도왔다.

남산장학회 여상철(45)씨는 "장학회 회원중 제가 가장 나이가 어리고 89세 어르신까지 계신다. 6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계속 장학회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자동차 수리공, 건축 자재상, 퇴직 공무원 등 큰 돈이 있는 이들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씩 모여 회의를 하고 아껴둔 용돈을 꺼내 모은다. 남산동에 있는 명덕·남산초등학교에 기자재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장학금을 받을 학생들은 건축·토지·주택 등 재산세를 과세받은 사실이 없는 가정 중 우등생을 뽑거나, 학교나 동주민센터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2, 3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도와 대학 입학까지 시키기도 한다. 남산3동에는 유난히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많다.

김익근 회장은 "유난히 못사는 동네여서 공부하랴, 가정 돌보랴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 100년 더 이 장학회를 살려나가겠다. 우리 동네 파이팅!"이라며 웃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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