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량'이지요?

입력 2008-06-28 07:11:26

따르릉~ 자전車 나갑니다

지난달 21일 오후 10시쯤 차를 타고 가던 A씨는 같은 방향으로 가던 자전거와 부딪혔다. 3차로 도로 중 1차로, 즉 중앙선과 가장 가까운 쪽 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나름대로 조심스러웠지만 불의의 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사고 후 3시간여 만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지난 1월 21일 낮 12시쯤 편도 3차로 중 3차로, 즉 인도와 가장 가까운 쪽 도로를 차를 타고 달리던 B씨는 왼쪽에서 길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자전거와 충돌했다. 자전거 이용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보름 만에 숨지고 말았다. 올 들어 6월 23일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53건. 지난해 같은 기간 61건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2명이 늘어 7명에 이른다. 부상자도 55명이나 된다. 물론 전체 교통사고 6천200여건에 비해 미미한 숫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전거 교통사고의 경우, 피해가 경미하면 쌍방 간 합의로 처리하기 때문에 실제 발생 건수는 경찰이 파악한 숫자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다. 일단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엄연한 '차량'이다. 그렇다면 도로를 떳떳이 달려야 하지만 무늬만 차량이고 정작 달릴 길은 없다.

◆도로를 달려야 한다

'달릴 길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일단 도로를 보자. 자전거는 '차량'이지만 교통법상 자전거는 맨 오른쪽(끝차로)을 이용해야 한다. 만약 다른 차로를 달리다가 사고라도 나면 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3년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최모(45)씨는 "맨 끝 차로는 수시로 버스와 택시가 서는 곳인데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아찔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차라리 보도로 올라서면 어떨까? 이것은 승용차를 타고 보도 위를 질주하는 것과 똑같다. 행여 보행자가 고의로 뛰어들어 사고가 나더라도 자전거 이용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보도 통행방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금고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사고가 나면 중과실 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자전거 도로'를 달리면 된다. 과연 그럴까? 대구에서 법률상 정해진 '자전거 전용도로'는 몇군데나 될까? 정답은 딱 한곳. 그것도 도심 도로가 아니라 올해 처음 금호강변 산책로에 만들어진 2㎞ 구간이 전부다. 이곳에서 보행자와 충돌 사고가 나면 자전거가 법적인 책임을 조금이나마 면할 수 있지만 나머지 '자전거 도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용이 아니라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이기 때문이다. 차량인 자전거의 주의 의무가 훨씬 커진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 배태용 사무국장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지어 자전거가 보행자에 부딪혀 넘어져도 가해자로 처벌을 받고 보상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이름만 있을 뿐 일반 보도와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자전거 도로를 곁에 두고도 오히려 차도를 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전거 사고도 벌점을 받는다

횡단보도는 당연히 자전거 사고의 경계 대상 1호다. 타고 건널 경우 자동차가 횡단보도를 침범한 상황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사고발생시 교통법상 10대 중과실에 해당된다. 아울러 일일이 단속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를 뿐 엄격히 법을 적용하면 신호 위반으로 범칙금 3만~5만원을 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무조건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건너야 한다.

자전거 사고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자전거 관련 단체들이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대표적 사례. 실제로 한 화물차 운전자는 자전거 사고로 벌점을 추가로 받는 바람에 운전 면허까지 정지돼 생계 유지가 막막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운전면허증을 소지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도로교통법을 배웠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굳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운전면허증 소지자가 자전거를 탈 때는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밖에 자전거에 2명이 타는 것도 엄연한 법규 위반이다. 이때에는 정원위반이 적용돼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박용기 경사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자전거를 탈 때에도 헬멧을 꼭 착용하고, 차로 통행법이나 횡단보도 이용시 주의만 기울여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일반 차량처럼 자전거도 보험에 가입하면 안 될까? 자전거 도시를 선언한 경남 창원시. 자전거 정책과 신설, 시민 공영 자전거, 자전거 출퇴근 근로자 수당제 도입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자전거 활성화를 이끌고 있지만 보험만은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조례 제정을 통해 시민이 자전거를 타다 다치면 보상해 주는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려 했지만 일년 넘게 마땅한 보험회사를 구하지 못했다. 지난 1997년 삼성화재에서 업계 최초로 '자전거 종합보험'을 출시했지만 보험금 지급 건수가 급증해 2001년 결국 판매 중단한 사례도 보험사가 자전거 보험을 꺼리는 이유. 창원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를 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보험사 서너곳에서 제안이 들어온 상태"라며 "보험상품 설계가 끝나면 제안회를 통해 설명을 들을 계획"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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