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천선영교수 '이야기가 있는 경북大 문화지도 ①②' 출간

입력 2008-06-27 07:13:58

60년 세월 복현골에 서린 정겨운 이야기 오롯이…

▲ 각 구역을 그림으로 나타낸 지도.
▲ 각 구역을 그림으로 나타낸 지도.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혹은 경북대 주변을 지나가 본 사람들은 학교 안에 높이 자리 잡은 '물 탑(고가수조)'을 보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경북대학교의 상징탑으로 오해한다.

대표 지은이 천선영 교수(경북대 사회학과)는 "저게 물 탑이야? 물 탑치곤 지나치게 우아하군! 아니 왜 물 탑이 상징탑인 척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름 우아한 물 탑'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 책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지도'는 거기서 출발했다. 눈에 보이는 사물의 숨은 의미, 그 많은 장소와 사물을 스쳐갔던 사람들, 때로는 만지고 앉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지도①②'는 경북대를 중앙구역, 북문구역, 정문구역, 동문구역, 서문 구역, 농장문 구역, 쪽문 구역, 동인동·삼덕동 캠퍼스로 나누어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리적인 건물과 장소뿐만 아니라 관련 역사와 이야기를 담았다. 경북대 캠퍼스를 거대한 하나의 역사물 혹은 예술적 공간처럼 상정하고 거기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로 꾸민 것이다. 천 교수는 "대학교 캠퍼스와 역사를 주제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첫 사례일 것"이라고 했다.

책은 천 교수의 문화사회학, 문화사회학 실습 수업의 일환으로 3년 이상 진행된 결과물이다. 수많은 수강생들이 이 수업에 참여해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글을 썼다. 현재적 공간만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 60년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끈질기게 뒤쫓았다. 20년 전 일청담을 기억하는 사람을 찾아, 30년 전 서문의 모습을 찾아, 장소를 헤집고, 사람을 만나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경북대 신문, 60년사, 단대사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거의 전수 조사했다.

천 교수와 학생들이 엮어낸 이야기 속 장소와 건물은 특별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존재했기에 무심했던, 가까이 있었기에 익숙했던, 그래서 깊이 알지 못했던 좁은 길 하나, 가로등 하나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천 교수는 어린 시절 과식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밥상을 차려주시면서 '이 도토리묵은 동네 뒷산에서 허리 아프게 주워 모아 만든 것이고, 낙지 볶음은 할머니표 볶음을 유독 좋아하는 너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고, 이 반찬은 또 어떻고…' 라는 식이었어요. 뭐 하나 의미 없는 음식이 없으니 당연히 과식할 수밖에요."

이 책의 출발도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경북대라는 공간이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러나 모든 물건과 장소에는 기억이 있다. 적어도 그 장소를 거쳐갔거나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60여 년 세월 복현골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소소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강의실, 도서관, 산책길과 나무 아래 벤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을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물건과 장소에 기억과 사연이 있음을 알면 애착이 가는 법입니다. 문화라는 것이 우리 사고와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제 '익숙한' 경북대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봅니다."

천 교수는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지도를 통해 독자들이 행복한 과식에 빠지기 바란다"고 했다. 책은 각 장소별 사진과 대략의 지도, 각종 기록 사진 등을 싣고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였다. 경북대라는 역사와 공간을 뼈로 하고 '의미부여하기'를 통해 살을 붙인 셈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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