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리즘] 시립미술관 공사 1년…어디까지 왔나?

입력 2008-06-27 07:21:56

▲ 대구시립미술관 건립 공사 현장.
▲ 대구시립미술관 건립 공사 현장.

오는 8월이면 대구시립미술관 건립 공사가 시작된 지 1년이 된다. 현재 공정률은 21%로 2010년 3월 완공에 맞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대구시립미술관을 둘러싸고 위치 선정, 설계 등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지만 공사가 시작되면서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리된 양상이다.

하지만 시립미술관 운영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지역 미술계 최대 화두로 남아 있다. 핵심은 대구시민은 물론 대구를 찾는 국내외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 보고 싶은 특징있는 미술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추진 현황을 점검해 보고 운영 방안에 대한 지역 미술계 여론을 정리했다.

▨운영 방안

대구시는 시립미술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기본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개관(2010년 10월)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충분한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근대 미술의 태동지이자 현대미술의 발흥지인 대구 미술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지역 미술의 성공적 국제화, 어린이 프로그램 운영 등 원론적 수준의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의 문화 자긍심을 높이고 시민들의 일반적 문화 욕구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특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역 미술계에서는 운영방안 결정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는 시각이다. 미술관 건립 단계에 운영 방안을 미리 정해 놓아야 했다는 것. 운영 방안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미술관 구조도 달라지기 때문에 미술관을 먼저 짓고 운영 방안을 정하는 현재의 추진 방향은 순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조직 구성

관장 선임은 핵심 논란 중 하나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학예연구사 3명을 뽑아 미술관 개관준비팀을 발족시켰지만 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관장이 선임되지 않으면서 조직 구성이 미뤄지고 미술관 운영 방안 설정과 미술품 구입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는 예산, 인력 충원에 따른 정원 확보 등의 이유를 들어 관장 선임 시기를 비롯, 미술관 인력 운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술계에서는 "머리는 없고 손발만 있는 형국이어서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진단했다.

▨운영 자금 및 기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대구시는 미술관 개관까지 총 45억원을 미술품 구입 자금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 '꽃(61×61cm)'이 24억원에 낙찰되는 등 최근 그림 값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대구시는 기증을 받아 부족한 미술품을 채우겠다는 방침이지만 시립미술관 특성에 맞는 좋은 작품이 얼마나 들어올지 미지수다. 또 45억원이 계획대로 확정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미술관 개관 이후 운영 자금에 대한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미술계 한 인사는 "미술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 대신 시립미술관에 자신의 그림을 걸려는 작가들의 작품 기증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술품 애호가 가운데 작품을 기증할 후원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장품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미술관의 특성을 고려하면 적은 운영 자금으로 특징있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대구시 계획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 시립미술관이 대구스타디움 인근에 위치에 있어 자가용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점과 미술관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투자가들의 상업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점도 대구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거론되는 특성화 방안

미술관 운영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운 대구시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술품 구입 자금이 적은 만큼 소장품으로 차별화를 하겠다는 전략은 무리라는 것. 소장품 구입과 관리에 사용될 예산을 기획 분야로 돌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전시를 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제안이다. 또 소장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전담팀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퐁피두 등 세계 미술관들이 후원자를 모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팀을 두고 있는 점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소영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는 "컬렉팅 역사가 짧고 예산이 부족해 외국 유명 미술관처럼 소장 미술품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특성화 방안으로 '20세기 이후' 등 특정 시기를 정해 미술사를 집중 조명하는 것도 거론되고 있다. 예산 뒷받침 없는 백화점식 운영으로 특성을 잃어버린 타지역 미술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은 시대 특성화 방안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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