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집 비우시고
어느 산사에 가셨는가
적막 한정에
줄장미 불지르고
우러러 드맑은 하늘만
높아 더욱 설워라.
가창에서 비슬산 쪽으로 꺾어 들면 이내 가창댐이 나옵니다. 그 댐을 따라 오리 남짓 이어진 길. 울타리를 온통 불지르는 줄장미를 보셨나요? 못 보셨다면 제철에 한번 가 보셔요. 꽃의 화염에 눈썹을 태워보는 것도 짜장 흔찮은 경험일 테니까요.
시집간 딸이 기별 없이 옛집에 들렀나 봅니다. 어머니가 안 계시니 가뜩이나 빈집이 그야말로 적막 한정입니다. 어디 산사에라도 가셨나 하는 생각 끝에 줄줄이 사무쳐 오는 기억들. 마당에 불붙은 줄장미도 그렇지만, 드맑게 열린 하늘은 또 왜 그리 높은지요. 어머니 없는 집의 꽃빛, 하늘빛이 이다지도 서러운 까닭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시인한테는 이와 짝이 될만한 작품이 또 한 편 있습니다. 제목도 '覲親(근친)'입니다. 석류나무 그늘에 환한 아버지의 미소가 오래 남는데요. 아무래도 두 편을 함께 읽는 게 좋겠습니다. '어머님 뵙고 싶어/친정에 왔습니다//석류나무 그늘에 환한/아버님 두고 간 미소//오늘도/초록빛 하늘/그날처럼 높습니다.'
박기섭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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