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8] 독일 전차, 터키 방어선 뚫고 결승 올랐다

입력 2008-06-26 06:05:37

후반 45분 쐐기골 3대2 신승

'투르크 전사'들의 극적인 여정이 '전차 군단' 앞에서 끝났다. 26일 오전 3시45분 스위스 바젤의 상크트 야콥파크에서 열린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준결승전에서 터키는 변함없이 불굴의 투혼을 보이며 멋진 승부를 펼쳤으나 필리프 람이 결승골을 터뜨린 독일이 3대2로 승리했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경기는 람이 이전 경기까지 터키의 시간대였던 후반 45분에 터키의 골망을 뒤흔들며 마감됐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최다 우승팀(3회)인 독일은 여섯 번째 결승에 진출, 네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독일은 포르투갈을 꼼짝하지 못하게 했던 4-2-3-1 전형으로 나왔고 터키는 4-1-4-1 전형을 채택, 수비수인 하밋 알틴톱을 미드필더로 끌어올렸다.

주전 선수 상당수가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터키였지만 독일의 초반 공세를 막아낸 후 바로 반격에 나서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슛을 날리기 시작했다. 터키는 측면과 중앙에서 미리 움직이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독일의 수비는 대응이 느렸다. 전반 22분 터키가 선제 골을 터뜨렸다. 카짐 카짐의 슛이 크로스바 맞고 나오자 위구르 보랄이 차넣은 볼이 독일 골키퍼 옌스 레만의 엉덩이 밑으로 깔리며 골 라인을 넘어섰다.

독일은 빠른 역습으로 충격에서 빠져 나왔다. 전반 26분 루카스 포돌스키가 왼측면을 돌파한 뒤 낮게 날린 크로스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논스톱 슛으로 연결되면서 터키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 들어 독일은 거칠어진 터키 수비에 고전하면서 양 팀의 공격은 중거리 슛에 의존하는 등 매끄럽게 풀리지 못했다. 종반 들어 경기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후반 34분 터키 골키퍼 뤼스투 레치베르가 람의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실수를 범하자 클로제가 헤딩 슛을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이대로 끝나는 듯 했던 경기는 어김없는 터키의 투혼으로 되돌려졌다. 후반 41분 사브리 사리오글루가 왼측면을 빠르게 파고 들며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해결사' 세미 센투르크가 골로 연결, 극적인 동점을 만들며 다시 한 번 터키의 반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이번에는 터키 편을 들지 않았다. 후반 45분, 독일의 수비수 람이 왼측면을 파고 든 뒤 2대1 패스를 통해 거침없이 터키 문전에 다가섰다. 람은 터키 골키퍼 레치베르가 막아서려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발로 강력한 슛을 날려 골망을 뒤흔들었다.

'지적인 전략가'로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요아킴 뢰브 독일 감독은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했고 '다혈질의 전사'인 파티흐 테림 터키 감독은 두 눈을 부릅 뜨며 선수들에게 반격을 지시했다. 하지만 5분여의 추가 시간 동안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한편 이날 경기를 생중계했던 KBS 2TV는 후반 경기 도중 중계 화면이 끊기며 득점 장면을 내보내지 못해 시청자들의 불만과 항의가 쏟아졌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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