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술독에 쥐가 빠졌다. 처음 발견한 막내 며느리는 윗동서를 불러 의견을 들었지만 묘책이 없었다. 수군거림에 큰 며느리가 나섰지만 걱정만 커졌다. 소란에 시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시어머니는 바가지로 쥐를 건져내고는 그 바가지로 술독 속을 몇 차례 휘저었다. 그리고는 술을 한바가지 떠서 벌컥 들이켰다. 이내 큰 며느리부터 한 바가지씩 술을 돌렸고 잔치는 아무 탈 없이 끝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놓고 '하면 안 된다' '해야 한다' 시끄러운 총중에 6'25 58주년을 맞았다. 신문의 6'25 관련 기사와 사진들 중엔 추억이라며 당시 주먹밥을 재현한 사진도 있다. 하긴 6'25를 모르는 초'중'고생들에게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의 배고픔을 교육시키는 것은 6'25가 남침이라거나 58년 전에 일어난 전쟁이라는 사실보다 훨씬 중요한 현실적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일까. 카를로 페트르니의 '슬로 푸드'에는 '그 지역의 음식'을 먹고 '제철 음식'을 먹고 가공되기 전의 '자연 상태의 음식'을 먹으라고 충고한다.
그 지역의 음식을 먹는 것만해도 그렇다. 채소, 과일이나 곡식 뿐 아니라 육식동물에도 이 이야기는 유효하다. 한 지역의 돼지 값이 싸다고 돼지를 차에 싣고 멀리 이동하면 돼지에 문제가 생긴다. 돼지는 순환계가 민감한 동물이다. 땀을 흘리지 않기 때문에 기온이 높으면 샤워를 시켜줘야 한다. 아니면 38℃인 정상 체온이 도축장에 가면 40℃가 넘고 도축하고 한 시간만 지나면 고기의 PH 수치가 뚝 떨어진다. 고기는 근육이 젖산으로 가득 차 생기 없고 품질이 떨어진다. 물론 구우면 오그라들고 질겨진다. 소는 스트레스를 잘 받아 그 자체 만으로도 고기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고기를 아예 먹지 말라고 충고하는 채식주의자들도 있다. 아니면 적게 먹거나 최소한 슬로 푸드가 권하는 기준으로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먹어보지 못한 6'25 당시의 주먹밥이 그리워진다. 그 시절의 궁핍이 그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너무 많이, 너무 잘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쇠고기 논란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어쩌면 호사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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