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까지 미국의 공립학교는 남학생, 여학생을 분리해 수업을 할 수 없었다. 연방 반 차별법이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녀 분리 수업이 학업성취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미국정부도 변하기 시작했다. 연방규정을 바꿔 '자발적이고 실질적으로 평등한 교육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이를 가능토록 한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일부 사립학교의 전유물이던 남녀 분리 수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올 가을학기 약 500개 학교가 남녀를 분리해 수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남녀 분리 교육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합쳐서 교육을 했더니 남녀 모두에게 손해더라는 것이다. 남녀 간 뇌 구조나 인지능력의 발달차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합반수업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학생들은 컴퓨터 과학 분야 등에서 밀려나고 남학생들은 언어나 예술 분야에서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영국도 마찬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에이 레벨' 성적을 분석해 봤더니 남녀공학인 학교보다 남녀가 분리된 고교의 성적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결국 정부는 남녀 性差(성차)에 의한 학업성취도 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난 2003년 남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던 대구 덕원고가 5년 만에 다시 남학교로의 복귀를 희망해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덕원고는 교육과정, 학생 생활지도, 학습 성취도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장단점을 분석해 '男高(남고) 덕원고' 가 낫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 중에는 성별 내신성적과 수능성적의 불일치로 우수대학 진학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도 한 이유다. 또 남녀 집단 간 내신 학력차로 남학생 피해의식이 확대된 점도 들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00년부터 학생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된다며 각급 학교의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00년 계성고를 비롯해 대구의 전체 89개 고교 중 53.9%인 48개교가 남녀공학이 됐다. 남'여학생을 분리해 가르치려는 세계적 움직임을 대구시교육청은 오히려 거슬러온 셈이다. 덕원고의 회귀 요구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정창룡 논설위원 jc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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