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사라져 버린 목소리 알토

입력 2008-06-21 07:34:13

▲ 오페라
▲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한 장면.

이제 여성 성부의 마지막인 알토를 살펴본다. 다 알고 있듯이 여성의 세 성부 가운데에서 가장 낮은 소리를 '알토(alto)'라고 하며 종종 '콘트랄토(contralto)'라고도 하는데,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알토라면 학교에서 아주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흔히 교내 합창대회 같은 것을 할 때, 가장 낮은 성부는 알토가 된다. 사실 아름다운 멜로디를 맡아서 부르는 제1소프라노나 제2소프라노 등에 비해서 정말 재미도 없고 단순한 백 코러스나 넣는 집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즉 알토는 마치 음성이 낮아서 알토를 맡은 것도 아니고, 대신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거나 변성기(여학생도 가능한 이야기다)에 걸려 있거나 음악에 소질이 없는 학생들이 알토를 맡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들은 노래할 때 왠지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실제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알토는 맡아본 사람들은 이제 정말 알토는 지겹고 아름답고 맑은 소프라노의 연주를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학창시절에는 천덕꾸러기였던 알토라는 성부가 오페라하우스로 오면 무척이나 멋지고 귀한 소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사실 여성의 목소리를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나누지만, 실제 성악가들 중에서 알토의 숫자는 상상 외로 적다.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바로크 시대에는 알토가 꽤 있었으며, 활약도 높았지만, 이제 현대로 오면서 알토는 그 활동반경마저도 줄어드는 실정이다. 게다가 알토를 위하여 작곡된 배역조차도 요즘은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것이 상례화 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오페라의 초창기인 바로크 시대에 알토의 활약은 사뭇 대단하였다. 많은 남자 역할들이 알토를 위하여 작곡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카스트라토(castrato)'라고 하는 남자들을 위한 것이었는데, 카스트라토의 성부는 한 마디로 '남자 알토"라고 보면 된다. 즉 여성의 성부가 남성보다 높으므로, 테너보다 높은 소리가 알토가 된다. 그래서 그 알토 배역들은 원래 남자 카스트라토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더불어 여성 알토들도 남자로 분장을 하고 많이 불렀다. 이른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알토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였다.

헨델의 의 세르세, 의 리날도, 의 체사레, 카발리의 의 사티리노, 비발디의 의 오를란도 등이 모두 알토의 배역들이다. 그 후로 로시니의 의 탄크레디나 의 노포크 등에 나타나다가, 낭만시대로 들어오면서 점차 사라져버렸다.

베르디는 27개의 오페라를 작곡하였지만, 그 중에서 알토를 위한 주요 배역(단역은 제외하고)은 단 두 개가 있을 뿐이다. 그것들은 바로 의 울리카 역과 의 페데리카 역이다. 그러니 이제 알토는 역사 속의 성부로 점점 사라져간 것이 되었다.

음악사적으로 뛰어난 알토들이 몇몇 있었는데, 영국의 캐서린 페리어, 미국의 마리안 앤더슨 등이 역사에 남을 만한 여성 알토들이다. 특히 앤더슨은 역사상 흑인으로서 최초로 오페라 무대에 등장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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