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인쇄업 '벼랑끝 위기'

입력 2008-06-19 09:25:04

대구경북지역 1천여개 인쇄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 인쇄업계에 따르면 고유가로 종이값, 잉크값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수주물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 여기다 최근엔 대기업인 한솔그룹이 인쇄업체를 인수해 인쇄업에 진출함에 따라 줄도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은 신문용지, 백상지, 미모, 아트 등 종이류가 지난해에 비해 10~11%, 잉크와 필름 등 원재료가격도 15~20% 인상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달 안에 10% 정도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인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원가 인상에 따른 단가 인상은 어려운 실정이다. 통상 인쇄업계의 비수기는 휴가철인 7, 8월이지만 올해엔 6월이 비수기보다 물량이 적다고 업계는 울상이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 한 인쇄업체 관계자는 "내수경기 위축으로 수주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원가는 급격히 오르고 있다"면서 "거래업체로부터 물량이 끊길까봐 단가를 올려달라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인쇄업체들은 원자재값 상승과 수주물량 감소에다 대기업인 한솔그룹이 인쇄업에 진출함에 따라 위기감은 더하다.

한솔그룹은 지난달 중소인쇄업체를 인수해 2015년까지 5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국내 연간 총 인쇄물량의 14%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소인쇄업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도산에 이르게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500여개 인쇄업체는 '한솔그룹 인쇄업 진출 반대 서명'을 벌여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 제출했다.

한솔그룹의 인쇄업 진출은 지역 인쇄업계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서는 삼성 관련 인쇄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

박희준 대구경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동안 인쇄업계는 한솔제지의 종이를 사용하며 한솔그룹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중소인쇄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대량 도산의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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