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와 환멸, 종교를 통한 평화로의 갈구
'언더그라운드'(만인사 펴냄)는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현옥의 첫 시집이다.
'…/ 똥이 똥을 구원할 수 있나이까/ 내가 구더기의 밥이라도 된다면/ 구더기는 나를 구원하나이까/ 나를 흔적 없이 먹어 치우고/ 날개 단 세상으로 가는 구더기의/ 달디단 밥이라도 된다면/ 나는 어디론가 갈 수 있겠나이까/ ….'('고해성사')
77편의 시들은 시인의 활달한 사유의 이미지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한 장의 CD에 든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를 소제목으로 붙인 '핑크 플로이드를 산책하다'를 비롯해 음악에서, 와인에서, 영화에서 낚은 이미지를 시에 옮기고, 시의 형식도 산문처럼, 또는 자간 없이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허무와 환멸, 쓸쓸함이 묻어나면서도 종교를 통한 자그맣고 둥근 평화에 대한 갈구와 불혹을 넘긴 여인의 감상도 잘 그려내고 있다. 128쪽. 6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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