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사회질서가 경제극복이다

입력 2008-06-17 10:24:24

우리나라 500원짜리 동전이 일본의 500엔 동전과 모양이 같아 일본에서 잘 사용된다는 웃지 못할 사례가 있었다. 이는 전 세계가 거대한 하나의 망을 구축하여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전파되는 세계화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한국은 영토로 보면 매우 자그마한 나라임에도 경제규모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작은 거인으로서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안방의 상황은 국제통신망을 통해 그대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가끔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5년 전 이맘때 필자는 중앙에서 전국적인 노사분쟁 실태를 파악하고 특히 화물연대, 철도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단체와 경영자는 물론 관계부처와 수십차례 협의한 경험이 있다. 그즈음 유럽의 한 통신사에서 한국의 노사불안에 대해 취재를 하러왔다. 기자는 한국의 노동조합은 매우 강성이며 파업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물어왔다.

질문에 필자는 "한국의 노사관계는 전혀 불안하지 않으므로 외국기업이 노동조합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말은 맞지 않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통계를 하나 소개하면 한 해 동안 발생하는 노사분규는 전국적으로 200여건인데 이는 노동조합 수가 6천5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3%에 불과한 수치다. 1987년 노동운동 대폭발이 있을 때 노사분규가 3천749건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파업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한국의 노조를 강경하다고 보는 이유는 1년에 한두건인 쇠파이프를 들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과격한 불법분규 장면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지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외국인 기자는 필자의 이 같은 대답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줬다.

노사문제를 오랫동안 담당해 온 필자가 볼 때 2008년 현재의 상황은 5년 전 참여정부 출범 첫해 화물·운수노조 파업, 공기업 구조조정 등의 상황과 어찌 그리 흡사한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외국에서도 그렇듯이 국가지도자가 새로 취임하면 경제발전, 소득 증대 등 국가의 비전에 국민들이 크게 기대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상례이다.

유례없이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출범한 새정부가 100일도 되지 않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결과를 놓고 40여일 이상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집회는 이제 쇠고기 문제를 넘어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 정부정책 일반에 대한 이슈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평화적인 집회를 보면서 우리 국민의 성숙함에 자부심을 느끼다가, 가끔 불법적인 집회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이유는 이런 과격한 불법행위가 외국인에게 그대로 알려지면 한국에 투자하게 될까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자본은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임금이 있는 곳으로 수익성을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과연 대한민국은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매력있는 나라인가? 여느 외국보다 폐쇄적인 문화, 후발 개도국에 비해 낮지 않은 임금수준 등 좋지 않은 여건이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이지만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탁월한 기술과 기능을 가진 우수한 노동력에 대한 인정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후 10년이 지나 2만달러를 넘지 못해 남미처럼 영원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은 지는 오래전부터다. 지금부터 향후 5년 내에 선진국 진입 문턱에 다가가지 못하면 이런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사회 갈등은 표출되기 이전에 해소하는 게 최선이지만, 노출된 이후에는 더욱더 진지하게 의견 접근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집회·시위보다는 다양한 이해집단과 전문가, 정부, 국회 등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면모는 국민소득 이외에 합리적인 의식과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완영 대구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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