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느리고 무기력하기만 한 정부의 중재·조정 기능에 대한 불신감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화주와 화물연대 등 노사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뭔지 모르겠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안이한 대처로 파업 자초
우선 이번 물류대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예고한 이달 초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는 촛불시위에만 정신이 팔려 산업 원동력인 물류가 마비사태를 맞는데도 '당사자 간 협상'이라는 원칙론만 내세웠다.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스스로 던져버렸고 개입시기도 놓치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화주들이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에야 15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잇따라 "화주들이 나서라"고 기업체를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현 정부 비판세력들을 의식, 화물연대의 눈치를 보며 상대하기 만만한 기업체로 책임을 전가하는 격"이라는 얘기다.
◆수준 이하의 협상 중재·지원
정부의 협상 유도와 지원·중재 과정 및 방안도 수준 이하라는 평가이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지난달 10일 부산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진 뒤 6월 초 총파업을 예고했는데도 '화주-운송사-화물연대' 간 삼각협상을 고집했다.
할 수만 있다면 정부는 빠지겠다는 자세로 일관했다는 게 화물연대 집행부의 주장이다. 화물연대는 "삼각협상은 정부가 빠지는 삼각이 아니라 '정부-화주(운송사 및 물류대기업)-화물연대'가 참여하는 것이 삼각"이라며 "성의 있는 협상을 촉구했으나 파업이 임박할 때까지 '정부 빠진 삼각'만 고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총파업 사흘 만에 전국의 주요 항만과 공단 등 물류거점이 마비된 뒤에야 부랴부랴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유류세 인하 조치 등 제 역할을
정부의 무능과 안이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 시점에도 정부는 여전히 사태해결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고 꼬집는 이들이 많다.
정부는 운송료 30% 인상 등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평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류가가 폭등해 상당폭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15%선 인상안을 내세운 화주들에게 추가 양보만 촉구하고 있다. 대충 20% 이상의 인상안을 내놓으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꺼번에 20%를 올려야 할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재계(화주·운송사)의 물음에 대한 정부의 답변도 궁색할 수밖에 없다.
16일 이윤호 지경부 장관 등 정부 측 인사들과 만난 화주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정부가 유류세를 과감하게 인하해 기업과 함께 화물연대의 부담을 덜어주자'고 한 말에 대한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이제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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