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인 우리 회사는 해마다 6월이면 서울본부와 전국 각지에 흩어진 지사의 직원들이 전세기를 타고 해외휴양지로 연수의 기회를 가진다. 올해도 예외 없이 사이판으로 해외연수계획이 잡혔다.
2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다 보니 말도 많고 에피소드도 쏟아진다.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수영복에 관한 이야기다.
몇 년 전부터 서울 경기지역 직원들은 어디서 샀는지 다들 과감한 비키니를 챙겨 입고 와서 보는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한다. 하지만 보리문둥이 경상도 직원들은 늘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우리 지사 직원들만 보면 여기가 사이판인지, 동해 바닷간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 5월 사이판 해외연수계획이 잡히자마자 나는 사무실에서 공포했다. 이번 연수 때에 비키니 수영복을 안 가져오고 촌스런 보리문둥이 차림으로 오면 비행기를 안 태워 줄 것이라고….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 놓고 정작 내 몸매에 비키니를 입자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져왔다. 백화점을 뒤져 모양은 비키니지만 위에 겹쳐 입고 아래치마처럼 입는 일명 포피스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이틀을 온종일 굶고 난 뒤 하루에 한끼 정도만 먹는 다이어트 돌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나의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결국 3일을 못 버티고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다음주면 사이판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나의 몸매는 변함이 없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포피스지만 비키니 비슷한 수영복을 준비하고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니 집 안의 분주한 일들은 잊고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김숙자(대구 수성구 황금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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