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新도청, 전남도청 이전지 무안에서 배운다

입력 2008-06-14 07:27:00

경북도가 지난 8일 도청 이전지로 안동 풍천면·예천 호명면 일대(12.34㎢·360만평)를 확정했다. 1981년 대구광역시가 경북도와 분리된 지 27년 만에 경북도청이 새로운 터전을 찾게 됐다. 도청 및 유관기관은 2013년 말까지 이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후보 탈락지역에서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이전 사업비 확보도 문제다. 현 청사 및 부지 활용 방안도 고민이다. 지난 2005년 11월 이전을 마무리한 전남도청을 찾아 경북도청 이전 사업에 대한 타산지석을 찾아봤다.

◆무안, 초기 우려 가시고 활기 찾다

전남 무안군 삼향면에 위치한 전남도청을 찾은 것은 지난 11일 오후. 남악신도시 개발현장은 아파트 및 사무용 빌딩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70여개의 유관기관이 자리를 잡을 곳도 공사중이었다. 이 일대 사업 규모는 893만9천㎡(약 279만평). 전체 1천450만㎡(약 440만평) 규모의 남악신도시 개발사업의 1단계(2000~2010년) 지역이다.

그 너머 오룡산 자락 23만1천㎡(약 7만평) 부지 위에 우뚝 솟은 23층짜리 지능형 빌딩이 눈에 띈다. 새로운 전남도청사다. 도의회 건물 동편에 위치한 남악호수와 함께 산책코스, 남쪽으로 이어진 공원부지가 어우러져 색다르고 멋진 환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없던 풍경이다. 당시 도청사 주위는 허허벌판. 도청사와 의회 건물을 빼고는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이현웅 전남개발공사 시설사업팀장은 "이전 초기에는 불편한 점도 많았고 걱정하는 시선도 많았다"고 했다.

전남도청 이전 사업이 실패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새 전남도청의 무안시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은 더 있었다. 인구 유입 효과가 미미했다. 청사만 지어진 채 생활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천500여명의 도청 공무원 절반 이상이 아직 광주에서 통근하거나 도청 인근에서 혼자 생활한다. 한 도청 직원은 "대다수 직원들이 도청에서 지원해준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자녀가 고3·고1이라 당장 이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경제적 효과도 입방아에 올랐다. 사람들은 생활시설을 찾아 인근 목포로 발길을 돌렸다. 도청 이전으로 가장 수혜를 입은 곳이 목포라고 할 정도. 도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목포 하당 신도시는 요즘 활력을 띠고 있다. 목포 하당지구에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했다. 식당과 숙박업소도 넘쳐났다. 대형마트나 영화관도 하당의 성장세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동부권 반발 넘어 성과 거뒀지만

무안의 활기는 다른 지역의 반발을 무릅쓰고 거둔 성과다. 1994년 무안이 새 도청 후보지로 결정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1999년 DJ 정부에서 남악신도시 개발계획을 내놓은 뒤에도 찬반 논란은 계속됐다. 동부권 주민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불평했다. 광주 금남로에 있을 때는 도의 중심에 있었지만 도청이 서남권으로 옮기면서 "더 멀리 간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 것.

광주시는 시·도 통합을 요구하며 이전을 반대했다. 옛 전남도청 주변 상인들의 반대는 특히 심했다. 구도심 상권이 쇠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도는 후보지에서 배제된 여수지역을 달래고자 2012년 세계엑스포 개최지로 여수를 밀었다. 나주지역에도 발전 대안을 제시했다. 예정지 발표 이후 큰 잡음이 없는 충남도청 이전도 충남도가 탈락지역에 '행복도시' 개발 등 반대급부를 제공해서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후보지 발표 직후 터져나온 탈락 지역의 반발을 지켜보는 경북도에서 참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도 간 정책 연대는 어떨까? 아무래도 지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시·도 간 유대감도 소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재석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광주와 전남은 인구 300만명(각각 100만·200만명) 정도다. 이는 '애매한 경제규모'로 도청 이전에도 시·도 통합 의견이 더 많았다. 이전 후에는 광주·전남 간 경쟁 시대로 돌입한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여전히 도청 이전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경북도, 이 점은 꼭 챙겨야

전남도 공무원들은 기자에게 경북도청 이전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개선안을 전했다. 김동현 행정지원국장은 "지역 내에서 동서 갈등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살피면 그렇지 않은데도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동부권 주민의 불만이 컸다"고 했다. 김 국장은 "인구 유입을 위해선 교육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권했다.

배양자 공보관은 건물 설계에 지역 특색을 살릴 것을 조언했다. 전남도청사처럼 높이 우뚝 솟은 특징 없는 건물은 피하라는 이야기. 배 공보관은 "안동 등 경북 북부지방에 옛 전통이 잘 살아있는 만큼 고층보다는 층은 낮지만 옆으로 퍼진 형식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보다 먼저 도청을 이전한 곳이 전남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석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전 후보지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다른 지역의 반발도 심했다. 도청만 먼저 이전을 해서 새 보금자리에서 터를 잡기도 많이 힘들었다. 경북으로서는 무의미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서 예산을 절감하는 법도 연구할 때다. "도청 이전의 성공 여부는 장기적으로 시·도민의 의지와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 시나 도에서 노력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못 봤다"는 김 사무처장의 안타까운 심정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김종현 전라남도 행정지원국장 "인구유입 효과 장기적 기대"

-전남도청 이전 사업 현황은?

"19년간 3단계로 7만명 규모로 남악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1단계 사업(2000~2010 남악·옥암중심권 893만9천㎡)을 추진 중이다."

-인구 유입 효과가 작다고 하는데.

"도청 이전 이후 목포는 2천명, 무안은 4천명 늘었다.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할 볼 때 기대보다 많이 늘어났다. 교육 문제나 여가생활 즐길거리가 적어 직원들의 이주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사례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도청 이전으로 전남이 얻은 것은?

"도청 소재지가 해안이 되면서 도의 역점시책인 해양 지향적 개발전략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조선산업 클러스터도 추진 중인데 성과가 좋다. 40여%에 머물던 대불산업단지 분양도 100%가 됐다. 이런 전략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전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경북도청 이전과 관련해 당부할 말은?

"전남도청 이전 후 동부권 지역민의 불만이 컸다. 도에서도 신경 쓰고 있고,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인구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육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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