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생 실종에서 시신발견까지 경찰 뭐했나?

입력 2008-06-13 10:09:57

▲ 지난달 30일 자신의 집에서 납치됐던 여초교생이 사건발생 2주만인 12일 인근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현장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지난달 30일 자신의 집에서 납치됐던 여초교생이 사건발생 2주만인 12일 인근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현장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허은정양이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발생 5일 후 공개수사에 나섰지만 인근 허양의 집 주변 등에 대해 10여차례 수색을 하면서도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고 중학생의 허위·장난 제보전화에 휘둘려 가출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수사 무엇이 문제인가=경찰은 초동수사부터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발견된 은정양의 시신 부패상태로 비춰볼 때 납치 후 곧바로 인근에서 살해돼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에 목격자나 제보전화가 거의 없었던 것도 이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원한에 의한 면식범의 소행으로 예단하고 공개수사나 인근 지역에 대한 수색을 소홀히 한 채 허양의 할아버지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단서를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

또 시신이 허양의 집에서 불과 2㎞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기돼 있었는데도 찾지 못했다. 시신을 찾은 12일에도 전·의경 5개 중대·주민 등 500여명을 투입, 집중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119구조견이 허양의 옷가지를 찾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허양의 시신이 많이 훼손돼 부검을 해도 지문·정액(72시간 후 검증불능) 등 필요한 증거물 확보에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춧불시위로 대구지역 전·의경이 서울로 모두 차출되는 바람에 대대적인 수색을 할 수 없었고 지역에는 인명구조견이 없어 부산소방본부에 요청해 뒤늦게 119구조견을 투입, 시신 발견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초기에 살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다면 좀더 이른 시간에 시신을 발견,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발견 지점 500m 인근까지 수색한 적이 있지만 주변이 칡·잡초 등으로 덮여 있어 수색견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공개수사 후 허위·장난 제보전화로 인해 며칠씩이나 수사력을 낭비한데다 제보·목격자에 너무 의존하는 바람에 수사 장기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찰은 허위 제보 후 납치보다는 가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다 허양의 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왜 그랬을까=경찰은 허양이 납치될 당시 허씨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도 말 못할 사정이 있어 범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이때문에 허씨 진술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허씨는 범인이 1명 또는 2명이라고 말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했고 그동안 원한을 살만한 특정인들에 대해 조사했으나 제대로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 허씨는 당일 괴한으로부터 "너는 맞아야 돼"라며 폭행당한 사실만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유기장소 등을 비춰볼 때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주변 인물의 범행 가능성이 높다"며 "시신에서 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와 모발 등이 발견돼 국과수 검사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수사선상에 드러난 주변인물에 대한 알리바이 확인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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