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은 '피랍 여학생' 수사 의지가 있었나

입력 2008-06-13 10:45:46

지난달 30일 새벽 달성군 유가면 자신의 집에서 잠자다 괴한에 끌려 나간 초교생 허은정(11) 양이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허 양의 시체는 사건 발생 2주 만인 어제 집에서 2㎞ 떨어진 야산에서 발가벗겨진 채 버려져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여자 어린이라는 점만으로도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어야 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의 실종 납치 사건과 달랐다. 집안에서 잠자던 여자 어린이가 괴한에 납치됐고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허 양의 할아버지(72)도 있다. 그런데도 경찰이 사건을 너무 안일하게 취급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경찰은 초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억울한 죽음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원한 관계에 의한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공개 수사를 늦추는 바람에 수사 단서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 허위 제보 전화에 끌려 시간을 빼앗기기 전에 통화기록을 확인하는 정도의 수사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가출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수사를 해 가족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것도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역 전'의경이 서울로 차출돼 대대적 수색을 벌일 수 없었다는 핑계로 사건의 장기화를 자초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불만스럽다 못해 짜증난다. 사건 발생 5일 만에야 공개 수사로 전환하고, 1주일이 지나서야 수사전담팀을 수사본부로 격상시켜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지원했다. 즉시 앰버경보(휴대전화와 전파 등을 통한 실종아동 정보 알림)를 내려 범인을 압박했어야 했는데도 1주일이 지나 발령했다.

지금 경찰이 할 일은 한시바삐 범인을 잡아 숨진 허 양과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을 안심시켜 줘야 한다. 경찰은 온 나라가 관심을 갖고 떠들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태도를 그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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