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3인 가족시대

입력 2008-06-13 10:47:58

우리나라 요리책의 재료 준비는 대부분 4인 가족 기준이다. 해마다 한국물가협회 등지에서 산출해 내는 김장 비용이며 추석과 설 차례상의 비용도 4인 가족 대상이다. 최근 정부의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 확대 대상도 4인 가족 기준 월소득 126만 원이 안 되는 기초생활수급자, 150만 원 미만의 차상위계층이다. 가족 수를 전제로 하는 분야에서 그 기준은 대부분 4인 가족이다. 이 시대 우리 사회 가정의 전형이 '부모+(미혼) 두 자녀'의 4인 가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기야 4인 가족의 보편화도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가구당 통상 8, 9인 가족이 보편적이었다. 한지붕 3대 가정은 흔하디 흔했고 증조부모까지 모시는 4대 가정도 적지 않았다. 자식의 수도 두셋인 경우는 적다 할 정도였고 네다섯 명은 보통, 좀 많다는 집이 7, 8명, 심지어 10명을 넘나드는 가정도 드물지 않았다. 흥부네 자식들처럼 아이들이 오글거리는 집이 흔했다. 밥때가 돼 두레상에 앉으면 빨리, 많이 먹으려고 모두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씹지도 않고 삼켰다. 함께 덮는 이불은 서로 제쪽으로 당기느라 옥신각신했다. 그래도 그 속에서 우애를 키웠고, 어른에 대한 공경심과 예의범절을 익혔다.

1980년대까지의 부부와 자녀 2명의 4인 가구에서 2000년대는 부부와 한 자녀의 3인 가족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가구당 평균 가족수는 2.9명이다. 1960년대 평균 5.6명의 절반 수준이다. 3인 이하 가구가 전체의 63%를 차지했고, 4인 가구는 27%, 5인 이상 가구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까지 견고했던 한 가구 4인 가족의 공식이 깨진 데는 저출산 세태가 최대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보건통계 2008'에 따르면 193개국 중 한국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2명으로 세계 최하위다.

특기할 점은 가구 구성 형태가 종전의 부부와 미혼 자녀 가구가 점차 줄고 반면 부부만으로 이뤄진 가구, 이혼 등으로 인한 '한 부모와 자녀 가구' 등이 점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지금의 저출산 풍조가 계속된다면 '3인 가족 시대'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 복잡다기해지는 우리 사회 가정 풍속도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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