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처음 발행된 이후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에 나가 있는 현용주화는 모두 168억개이다. 이는 국민 한사람당 약 350개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동전이 많이 풀려 있지만 상당 부분이 유통과정에서 퇴장돼 저금통이나 책상서랍에 방치되어 있다. 정작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2000년 이후 새로이 동전을 제조하는 데 연평균 4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와 한국은행 등 금융기관은 지난 한달 동안 도시에서부터 농촌으로, 그리고 도서벽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대대적인 동전교환 운동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한달간 대구경북에서 약 29억원, 2천900만개의 동전이 수집됐다.
시도민 1인당 6개의 동전을 모은 셈인데 이들 동전을 한줄로 길게 늘어놓으면 대구경북지역의 가장 남단에서 북단까지 거리의 약 3배에 해당하는 680여km나 된다. 기대 이상의 성과는 무엇보다 '한번 한다면 제대로 해내는' 우리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식 덕분이라 하겠다. 또 금융기관 외에 주민센터 등 각급 지자체에 동전교환 창구가 마련된 것도 일조했다.
한국은행은 일반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각오와 부담을 가지고 부서별로 동전 모으기 경쟁을 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는 직원 1인당 3천446개라는 많은 동전을 모을 수 있었다.
제일 많은 동전을 모은 직원의 경우, 일과 후에 친척들의 집과 재래시장을 전전하면서 방치된 동전을 모두 다 그러모았다고 한다. 또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서 동창생들에게 일일이 부탁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초등학교 동창생 중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의 동전을, 재래시장 상인은 10여년 동안 묵은 동전을, 또 일반인들은 친지들의 동전까지 정성껏 모아서 한국은행에 직접 가져오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동네 슈퍼에서 포장용 비닐봉지나 쓰레기 봉투 이외에는 10원 주화 쓸 일이 거의 없음을 감안, 인근 슈퍼마켓을 샅샅이 뒤지면서 10원 동전을 대량 모았다고 한다.
이처럼 조그마한 관심과 노력이 하나 둘씩 모여서 이번 범국민 동전교환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최근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1년 6월 이후 최고치인 4.9%를 기록했다. 체감 생활물가는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근검절약하는 방법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기이다.
동전이 비록 그 액면가치는 작지만 정성껏 모은다면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금액이 될 뿐더러 잠자고 있는 동전을 은행에서 교환하거나 다시 시중에 유통시키면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어 나라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구리와 알루미늄 등 해외에서 수입된 원자재를 주원료로 하는 10원짜리 주화의 제조비용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액면가의 4, 5배에 달한다고 하니 평소 하찮게 여겨왔던 10원 동전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를 새삼 알 수 있게 한다.
옛말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이번 범국민 동전교환 운동을 계기로 은행들도 동전교환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서랍속 동전을 수시로 은행에서 환전하거나 예금하도록 하자. 예금이자도 얻고 동전 제조비용을 줄여 나라경제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손쉽게 애국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동전 재활용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전 재활용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김한수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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