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못 이룬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즐기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구 출신의 궁사 김하늘(26)이 호주 국가대표 소속으로 고향 대구에 와 베이징올림픽 메달 꿈을 가다듬고 있다. 김하늘은 호주 국가대표팀의 오교문 감독과 동료 선수들과 함께 9일 대구에 도착, 20일까지 앞산 양궁장 등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국내 무대에서 한때 '강호 킬러'로 알려진 김하늘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해 7월 독일 라이프찌히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호주 대표로 출전, 화제가 됐었다. 그가 호주 국가대표가 된 사연은 이렇다.
경북고-계명대를 거쳐 대구 중구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김하늘은 2005년 1월 호주양궁협회가 시민권을 주겠다는 조건으로 제안하자 호주인으로 귀화했다. "한국에서 어중간한 실력으로 전망이 보이지 않아 고민 끝에 호주로 가게 됐죠."
그러나 김하늘이 어중간한 실력의 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2000년 고교 시절 국내 최고 권위의 양궁종합선수권대회 개인종합 2위를 차지했고 2003년에는 회장기대회에서 우승했다. 2004년에는 국가대표 임동현을 누르고 양궁종합선수권대회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무대에서 무시 못할 존재였지만 국가대표가 되기는 어려웠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세계 무대 우승보다 더 어렵다는 국내 현실을 생각하고 그는 호주 국가대표가 되는 길을 택했다. 아버지인 김덕용 대구중구청 양궁 감독도 그가 새로운 길을 가도록 조언했다.
호주에서 2006년 6월 시민권을 얻은 김하늘은 '국적을 바꾼 뒤 1년간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국제양궁연맹(FITA) 규정에 따라 지난해 7월에야 호주 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나래를 펴게 된 김하늘은 지난해 8월 베이징 프레 올림픽 양궁대회에서 우승, 주목을 받은 후 올 1월 호주에서 열린 10개국 초청 양궁대회에서도 우승했다. 이 대회에는 한국 대표 1, 2진이 모두 참가했다.
김하늘은 호주로 간 지 2년만인 2006년 12월 대구에 온 이후 지난해 10월 자신의 결혼식과 이번 전지훈련으로 세 번째 대구를 찾았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이제는 안정된 기분을 느낀다는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후에라도 한 번쯤은 세계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오교문 호주대표팀 감독은 "김하늘이 호주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면서 기량이 늘었고 다른 호주 선수들도 김하늘의 영향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며 "호주 양궁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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