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꿈 향해…" 40대 자매의 만학 동행

입력 2008-06-11 09:36:18

손정숙·말희 자매 늦깎이 대학 진학

▲ 최근 열린 전국 미술대전에서 번갈아가며 최우수상을 받은 손정숙(오른쪽)·말희 자매가 상장을 들어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최근 열린 전국 미술대전에서 번갈아가며 최우수상을 받은 손정숙(오른쪽)·말희 자매가 상장을 들어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올 초 대구산업정보대 아동미술과에 입학해 같은 꿈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 40대 자매가 있다. 언니와 동생은 조력자가 됐다가도 이내 라이벌로 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꿈을 향한 열정을 더욱 활활 태우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경쟁자가 없단다.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정숙(43·대구 북구 동변동)·말희(40·대구 수성구 상동)씨 자매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밀려 20여년을 꿈 대신 생업을 선택해야 했다.

"5명의 딸 부잣집에서 둘째와 셋째로 태어났어요.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고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뒤 상급학교 진학은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그래도 그림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없었지요."

이들은 5년 전 미술과 다시 만나게 됐다. 언니와 동생은 더 늦으면 꿈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잡고 동네 화방 문을 두드렸다. 그토록 하고 싶던 미술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던 차에 화방에서 대구산업정보대 박해동 교수(아동미술과)를 만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것을 권유받고 덜컥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이들 자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수직상승했다. 최근 열린 전국 미술대전에서 이들 자매는 번갈아가며 1등상을 차지할 정도다. 시작은 언니가 했다. 손정숙씨는 지난 4월에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새하얀 미술대전' 아동미술 부문에서 '바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언니가 최우수상을 받은 대회에서 우수상에 그친 동생 말희씨는 지난달 25일 열린 '제5회 삼성현 미술대전'에서는 '도시의 여유로움'이라는 작품으로 언니를 제치고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언니는 특선에 입상했다. 자매가 전국 미술대회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다시 공부하는 꿈을 이룬 이들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자매가 함께하는 작품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면서 걱정이 많았어요. 다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꿈을 다시 찾았다는 생각에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요. 작품 활동에 매진해 꼭 자매가 함께한 작품 전시회를 꼭 열 거예요."

언니와 동생은 "때로는 서로 돕는 버팀목이 됐다가 때로는 경쟁자가 되면서 서로의 실력이 부쩍 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미술대전은 우리 자매가 휩쓸겠다"고 활짝 웃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