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은 처음으로 돌아가 새판 짜라

입력 2008-06-07 10:00:26

대통령 수석비서관 전원이 6일 쇠고기 파동 등과 관련해 류우익 대통령실장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류 실장은 이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내각도 조만간 일괄 사의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6'4 재보궐 선거 등에서 나타난 민심이반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불가피함을 정부가 뒤늦게나마 인식해 다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빠르고 폭 넓은 인적 쇄신'을 통해 새판을 짤 필요가 크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아냥거림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출범 후 불과 100여 일 동안 국민들에게 충분히 실망을 안겼다. 인사문제로 시작한 이 정부의 실정은 핵심 공약인 대운하 추진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더니 금리 등 국가의 주요 경제 정책을 두고서도 손발이 맞지 않아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 수도권과 지방 정책을 두고도 혼선이 계속되고 지나치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다 서민들이 등을 돌리는 역풍을 맞았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유가를 비롯해 물가가 폭등하는데도 서민들을 위한 반반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했다. 뒤늦게 내놓은 대책이라야 이미 낯익은 것들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들이어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번 쇠고기 파동은 그동안 이같이 누적된 국민감정이 쇠고기 졸속 협상 파동을 계기로 분출한 것일 따름이다.

국정이 이처럼 큰 혼란에 휩싸인 데는 나라 문제를 기업 문제 다루듯 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문제지만 청와대 수석 등 소위 대통령의 측근들이 민심을 읽지 못하고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첫 조각을 하는 심정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인적 쇄신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지적을 받아왔지만 시기를 놓쳤다. 그만의 용인술을 내세워 이를 무시하다 보니 국민감정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지금 인적 쇄신을 하더라도 여론에 등 떠밀린 꼴이 되어있다. 그렇더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뽑은 사람들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도 용인술을 내세워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 출범 이제 100일 남짓하니 지금부터 새로 조각하는 심정으로 나서도 앞으로 4년 8개월이 남아 있다. 안 그러면 남은 기간이 더욱 혼란스러울까 걱정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