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혼숙려제', 보완책도 마련돼야

입력 2008-06-07 10:00:53

오는 22일부터 '이혼숙려제'가 전국 각 법원에서 본격 실시되는 것을 환영한다. 일부 법원이 시범 운영해오면서 긍정적 성과를 얻게 됨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하게 됐다. 성급한 이혼, 무분별한 이혼이 다반사인 우리 사회에서 효과적 제동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지금 놀랍게도 이혼율 세계 3위의 '이혼 대국'이 됐다. 하루 평균 370쌍의 부부가 헤어지는 추세다. 이른바 '홧김에 이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충동적인 화를 참지 못해 발생하는 사건들이 많다. 홧김에 폭력을 휘두르고, 불을 지르고, 심지어 살인사건까지도 일어난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한 발자국만 물러나 생각하면 얼마든지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순간의 충동이나 자존심을 참지 못해 단칼에 잘라버리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드롬처럼 확산되고 있는 '청년 이혼'이나 '황혼 이혼'에다 최근엔 자녀의 대학 입학 후 부부가 헤어지는 '대입 이혼'까지 생겨나는 양상이다. 씁쓸한 세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熟慮(숙려)는 말 그대로 '곰곰이 잘 생각한다'는 의미다.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보고 고민해본 뒤 이혼 여부를 결정하라는 사회적 권고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54개 협의이혼 관할 법원 중 44개 법원에서 숙려기간 시범 도입 결과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2006년 1~3주간의 숙려기간을 도입한 수원지법 경우 1년간 협의이혼 취하율이 이전 6%에서 23%로 껑충 뛰었고, 서울가정법원과 대구'부산지법 등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치고 상당히 긍정적인 성적표다.

그러나 이혼숙려제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본격 실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논의나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걱정스럽다. 이를테면 이혼을 확고하게 결심한 부부의 경우 이혼 과정의 불필요한 장기화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장기간의 이혼소송이나 협의이혼 과정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가 길어짐에 따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도 크다. 이혼 당사자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제도적 간섭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상처 난 마음을 다독이면서 해결점을 찾도록 돕되 미비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