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여보 사랑해요, 고마워요

입력 2008-06-07 07:15:50

새벽 공기를 마시며 현장으로 달려가기를 두어 달. 이제야 바쁜 일이 끝났다며 오늘 아침은 차로 내 출근길을 배웅해 준 당신. 출근이래야 자원봉사자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지만 당신은 기꺼이 그 일을 받아들여 줍니다.

당신의 뽀얀 피부는 공사현장 뙤약볕 아래서 얼굴과 목과 팔을 검게 덧칠했고, 그 모습이 나는 가슴 아프고 고마울 뿐입니다.

두 해 전 대구 일을 접고 영주라는 곳으로 처음 온 날, 칠 벗겨진 아파트와 온 집을 기어다니는 개미를 보며 이삿짐 내리는 한쪽에서 나는 그만 엉엉 울고 말았지요.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절망이 되었을까요. 여보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 줘서 너무 고마워요.

작은아이 유치원 보내면서 시작된 나의 외출이 경로대학 자원봉사자를 시작으로 "연봉 일억만큼 바쁘다" 는 당신 말처럼 바쁘게 달려갈 때도 당신은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었지요.

의정지기단 활동이 당신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음에도 "이왕 시작했으니 열심히 해야지" 라며 용기를 주었고, 야학 때문에 내가 늦어지는 날엔 일찍 들어와 아이들 저녁상을 차려주고 다시 볼일 보러 나갔고, 사람들과의 일로 고민할 때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건 잊어버려라"라며 버팀목이 되어준 당신.

밥값 없다 하면 대왕님 사진 몇 장 건네줄 줄 알고, 지인들에게 아내의 자원봉사를 은근히 자랑할 줄 알고, "빨래 분야와 육아 분야에서는 인근에 당신 따라 올 사람 없을 거다"라며 치켜세워줄 줄 아는 속 깊은 당신이 내 곁에 있어 주어서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오늘의 햇살도 바람도 나를 위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여보 사랑해요, 고마워요.

홍애련(영주시 영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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